[프로야구 준PO 1차전] 두산 계투진 약점 추궁, 관리 능력 돋보인 넥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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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KBO 기술위원장

결론적으로 두산의 불펜이 약한 게 가장 큰 문제였다. 넥센 마무리 손승락이 실투를 하는 바람에 두산이 9회 초 동점을 만들었지만 이어진 불펜 싸움에서 이기지 못했다.

 올 시즌 세이브왕 손승락은 9회 초 투아웃까지 잡아놓고 방심했다. 4번 김현수와 5번 홍성흔을 아웃 처리한 뒤에 긴장이 풀어진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이원석에게 치기 좋은 공을 던져 안타를 내줬다. 이어 가장 타격감이 좋은 정수빈에게 2루타를 맞아 3-3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두산으로서는 정말 좋은 찬스를 잡은 것이지만 9회 말 또는 연장전을 끌고 갈 불펜이 약했다. 윤명준과 정재훈 모두 넥센의 타선을 확실히 잡지 못했다.

 넥센 벤치가 투수 운용을 잘했다고 본다. 넥센은 선발 나이트 이후 셋업맨 한현희와 원포인트릴리프 강윤구를 빠른 타이밍에 투입한 게 좋았다. 마운드 운용이 전체적으로 잘 됐는데 최고의 마무리 투수 중 하나인 손승락이 방심한 게 아쉽다.

 두산도 선발 니퍼트를 적절한 시점(6이닝)에서 교체했고 홍상삼-윤명준-정재훈 순서로 불펜을 운용했다.

다만 홍상삼과 윤명준의 순서를 바꿨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 아쉽다. 윤명준은 제구가 완벽하게 되기 전에는 장타를 맞을 확률이 높은 투수다. 윤명준이 대체로 낮게 컨트롤을 하는 편이지만 항상 그렇게 던질 수 있는 건 아니다. 셋업맨이라면 실투를 해서 공이 가운데로 몰리더라도 타자의 배트가 밀릴 만큼 파워가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윤명준이 먼저 던지고 다음에 홍상삼이 나왔으면 좋았을 것 같다.

 넥센이 더 쉽게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 1회 말 서건창이 쉽게 선취점을 올렸고, 박병호의 홈런까지 터졌다. 이어 2회 말 김민성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이성열이 볼카운트 3볼-1스트라이크에서 욕심을 냈다. 스트라이크존에서 빠지는 볼을 때려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이성열이 차분하게 볼넷을 골랐다면 무사 1·2루가 됐을 것이고, 추가 득점을 올릴 가능성이 높았다. 게다가 1사 이후 문우람이 삼진을 당할 때 김민성이 2루로 뛰다 아웃됐다. 이성열이 아쉽게 범타로 물러나자 넥센 벤치가 조급한 마음에 치고 달리기 작전을 구사하다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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