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범죄의 배후 「문제부모」 사춘기의 특성과 환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과도한 물질문명의 발달은 성인들에게는 생활의 안일을, 청소년들에게는 기존질서에의 반항을 초래했다.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추구하고 싶은 욕망을 무한히 가진 청소년기의 젊은이에게는 안일 속에 젖어든 기성세대와 사회에의 반발이 범죄라는 형식으로 곧잘 발산된다. 특히 소년기는 인간의 정신과 신체가 일대 비약하는 변동기이며, 이때의 개성이 성인이 된 뒤 그대로 하나의 인격을 형성하게 된다. 대한 어머니회는 이러한 청소년들의 특성을 알아 범죄를 미리 막을 수 있도록 어머니대학에서 『청소년범죄』라는 제목으로 변호사 권순영씨의 강연회를 들었다.
1백여명의 어머니대학학생들이 경청하는 강연회에서 권 변호사는 청소년의 범죄는 성년범죄의 단순한 전조로 몰 것이 아니고 전연 별개의 사춘기적 심리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인간은 유년기에 있어서는 선천적인 소질이 자연적으로 발전, 반은 본능적으로 환경에 적응 변화하며 성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춘기에 이르면 처음으로 『자아의 발견』을 하게 되며 자기와 타인 또는 사회와의 대립을 의식하게 된다.
따라서 성년의 개입이나 지시를 극도로 배척하며 필요이상으로 자아를 주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시기의 범죄는 부모의 책임으로 돌려야한다는 권순영 변호사는 그동안의 법관생활에서 범죄를 저지른 소년의 배경에는 항상 『문제부모』가 있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소년의 교육보다도 어머니의 교육, 어머니의 근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옛날의 15세 소년들에 비해 지금의 소년들이 신체나 지능은 더 발달되었으나 정서발달은 뒤떨어졌다고 진단한 그는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오늘날의 소년들이 욕구불만상태에 놓이게 된다고 풀이했다.
또 자아와 외계와의 대립, 욕망과 능력과의 유리, 충동과 도의와의 갈등 등 정신적 불균형상태인 소년기에는 범죄나 불량행위를 저지르기 쉽다는 것이다.
『4·19가 교육의 효과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청소년의 특성으로 인한 사건』이라고 해석한다는 권 변호사는 의무교육의 연장이 교육적으로 최선의 길은 아니라고도 말했다.
왜냐하면 중학교수업을 받을 능력이 없는 소년에게는 의무적인 중학교 수업은 오히려 열등의식만을 안겨주게 되고 이 열등감에서 보스가 되기를 원하고 그러기 위해 절도죄를 범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년들에게 지적인 것만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건전한 오락을 통해 열등의식이나 긴장감을 해소시켜 주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의 병』으로 인한 소년범죄를 근본적인 치료 없이 학교나 사회에서 무조건 처벌하는 것으로 이를 막을 수는 없게된다.
그리고 현재와 같이 중·고등학교에 상담제도를 두는 것보다는 국민학교에서 상담지도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권 변호사는 부부의 화목이 소년범죄를 막는데 가장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면서 『우리 나라 부부들은 이혼은 잘 안 하지만 갈등상태에 있는 경우가 많아 이것이 소년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아버지들의 자녀에 대한 무관심도 큰 문제라고 말한 그는 사회에서의 출세보다는 한가정의 아버지라는 의식이 좀더 남성들에게 필요하며 이를 위해 우리 나라 남자 학생들의 교육방침에 큰 수정을 해야한다고 결론지었다. <권처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