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서 미국식 경영학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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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소비재 중점 생산으로 방향을 바꾼 소련에서 이번에는 「자본주의의 착취 학문」이라고 스탈린이 욕을 했던 경영학 연구 붐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모스크바에는 경제 관리 연구소라는 것이 신설되어 미국 등 자본주의 국가의 경영학을 배우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소련에서 관리라는 말은 경영을 뜻한다. 소련 최초의 이 연구소는 정부 각부처장·차관, 기업 책임자 등 경제 중핵 간부들이 입소하여 경영학을 배우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들은 5년에 한번씩 3개월간 입학하여 소련 과학 아카데미 학자들이 가르치는 ①사회 경제학 ②경영 세칙의 수학적 방법 ③경영의 오토메이션 ④경영의 사회 심리적 측면 등을 배워야만 한다.
특히 컴퓨터의 사용 방법은 반드시 마스터해야하며 연수가 끝나면 자기가 택한 테마로 졸업 논문을 작성, 패스해야만 자리를 보존할 수 있다.
회전 의자에 앉아 명령만 내리던 간부들에게는 큰 시련이 닥친 셈이다.
이렇게 경영학, 그 중에도 미국의 경영학을 배우려고 태도를 바꾼 원인은 소련 경제 성장률의 저하가 근본적으로 기업 경영면의 결함에서 온 것이라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경영학 붐에 대해 당의 공식 견해는 아직 없으나 일부에서는 자본주의 경영학은 「지배와 복종」의 학문이고 사회주의 경영학은 「동지적 경영의 방법」을 가르치는 학문이라고 옹색한 해석을 하고 있다.
너무나 빠른 템포로 경영학을 도입한 결과 아직은 어리둥절한 상태에 있긴 하지만 경영학 붐이 소련 경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만은 확실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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