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에 대한 폭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국 기자 협회는 12일 성명을 발표, 지난 11일 상오 1시에 일어났던 서울시경 산하 경찰 기동대원들의 기자 폭행 및 취재 차량 파괴 사건에 엄중 항의하고, 『관계 당국은 관련자를 조속히 색출, 엄중 처벌하여 다시는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촉구』하였다. 같은 취지의 항의는 이에 앞서 서울 시경 출입 기자단의 이름으로도 제출되어, 선처를 조속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건 발생 5일이 경과한 16일 현재까지도 이에 대한 납득할만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음은 유감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이번 사건은 세칭 김 후보 댁 폭발물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됐던 김 소년의 호송과 공안 질서 유지라는 경찰관 본연의 임무 수행 중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하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1백여명의 기동대원들이 부러 위장 전술을 써가면서까지 취재 차 대기 중인 기자들을 유인, 계획적인 폭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용서할 수 없는 직권 남용이요,또한 변명할 여지없는 취재 방해 사건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우리 주변에서 취재기자들에 대한 관헌의 물리적인 가학 행위와 공공연한 취재 방해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음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하기야 이와 같은 사건들은 그 대부분이 많은 군중들에 휩싸여 공안 질서 유지를 위해 출동 근무 중에 있는 경찰관과 이 틈바구니를 뚫고 취재 활동을 완수하려는 젊은 기자들 사이에 빚어지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때로는 본의 아니게 충돌을 빚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우리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기자들의 취재 활동은 공무 집행 중에 있는 관헌의 직책상 행위와 마찬가지로, 민주사회의 존립과 그 건전한 발전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기능임을 인식하여 서로 협조하는 태도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권위 있는 외국의 통계에 의하더라도 기자라는 직업은 그 격무와 시간적으로 불규칙한 취재 활동의 부담 때문에 다른 어떤 직종보다도 자신의 수명을 단축시켜가면서까지 공공 이익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자들임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기자 폭행 사건이 있을 때마다 당국자는 관련자의 색출과 엄중 처벌을 약속하고서도 한번도 그 깨끗한 마무리를 하지 않은채 사건을 흐지부지 흘려 보내는 정성에 젖어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도 이와 같은 불미스런 사건이 이 땅에서 자취를 감추지 않는 것으로 우리는 믿고 있다.
우리는 이번 사건에 관련된 자들에 대한 당국의 조치를 예의 주시하면서 언론 자유의 본질 문제에 대한 당국의 보다 철저한 인식을 촉구해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