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련 교육의 운영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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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홍종철 문교는 27일, 오는 새학기부터 실시키로 된 대학 교련교육의 실시요강을 전국 58개 대학에 시달했다.
동요강의 주요골자를 오면 교육은 1주에 3시간의 일반교육과 집체교육으로 구분되며 일반교육은 4학년 1학기까지의 7학기를 통해 3백15시간, 전체교육은 3백96시간 등 모두 7백11시간을 이수토록 한다는 것으로 돼 있다.
또 문교부는 이와 같은 교련교육을 받은 대학생들에게 대한 특전으로서 장교 후보생·하사관 또는 훈련소 전반기 교육을 면제받는 사병을 희망하는 자에게는 취득학점에 상관없이 별도로 구성된 훈련평가반의 합격증을 받도록 하고, 장교는 예비역소위로 임관, 2년간만 복무토록 하며, 하사관과 병은 재영기간을 각각 6개월 단축함과 아울러 진급에 우선권을 주도록 했다고 밝혔다.
대학교련교육은 이미 69년부터 실시하여 온 것이지만, 당국은 이번 실시요강을 통해 종래의 제도를 개선, 강화한 것이라 설명하고 있는데 대해, 일부측에서는 이것이 대학사회를 군대화하려는 움직임이라 하여 경계하는 경향도 없지 않은 듯 하다.
물론, 대학교육에서 정규과정으로서까지 교련을 실시해야 할 필요성이 있겠느냐의 여부는 견해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북괴 도발위협과 국내외 정세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당위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 교련 강화에 따라 제기되는 현실적인 문제점 또한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을 홀시할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문교부가 발표한 실시요강에 대한 반응을 보면 우선 그것이 너무 과중하지 않느냐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 같다. 그 단적인 실례로서 4년 동안 총7백11시간이라는 교육시간이 대학의 전교과 과정배당 시간수의 20%를, 넘는 것이라는 일부 비평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비평은 지난날 ROTC에서 2년 동안에 7백2시의 교육을 받게 한 것과 비교하여 대동소이한 것일 뿐더러 실상 전체교육시간(7백11시간) 중 반수 이상인 3백96시간이 주로 방학기간 중에 실시될 것이라는 것이다.
다만 교련을 4학년까지 확대시킴으로써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 큰 심리적인 부담감을 준 것이라 생각된다. 또 다른 교과과정 이수에 지장을 준다는 선입관과 현념도 적지 않은 것이라고 하겠다.
따라서 대학교련을 실시함에 있어서는 대학 학구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시간배정과 학생들에게 주는 심리적인 압박감을 덮고 그들로 하여금 즐겁게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 조성에 크게 힘써야 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과도하거나 불쾌한 기분으로 이를 섭취하면 식상에 걸리기 마련이듯이, 대학교련의 목적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그럴만한 여건이나 분위기의 형성 없이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는 없을 것이다.
40대 이상에게는 교련이라 하면 일제 때의 쓰라린 경험을 되살리게 될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교련목적은 그와는 전적으로 다른 것으로서 당국은 현재 국가가 요구하고 있는 교련교육의 절실한 필요성을 허심 탄회한 대화를 통해 학생에 이해시킬 것도 바람직스러운 것이다.
그밖에 교수와 교관 사이의 문제로서 5천 명 학생 정원의 대학에는 교수 약1백 명에 20여명 군입교관이 배치됨으로써 생기는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선발된 교관은 대학사회에 융화할 수 있는 인격과 학식을 갖춘 자만이 배치돼야 되고, 또 그 근무평정 여하에 따라서는 해당 대학 총·학장이 그 원대 복귀를 국방부장관에게 요청할 수 있는 유한을 활용할 수 있는 협의회 기구가 제구실을 다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대학 교련 교육은 군사학이나 전기의 연마보다도 정신교육에 치중해야 할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며 특히 교관의 선발에 있어 이런 점을 크게 고려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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