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 인재들에게 국적 적극 부여, 한국 발전 돕게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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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정부의 해외 거주 유대인 초청 프로그램(타글릿)에 참석한 대학생들이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본국과 해외동포의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1999년 12월부터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왼쪽).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의 ‘2013년 멕시코·쿠바 한인 후손 초청 연수’에 8월 13일부터 8일간 참여한 40명의 동포들이 임진각 망배단 앞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We are one Korean(한민족은 하나)”이라고 외치고 있다. [사진 이스라엘 정부, 재외동포재단]

이스라엘은 2000년간 나라 없이 떠돌다 유엔 결의안에 따라 1948년 건국했다. 본국에 거주하는 유대인(2013년 605만 명)보다 많은 730여만 명이 해외에 거주하고 있다. 한국의 재외동포(726만 명)보다 근소하게 많은 대표적 디아스포라(이산) 국가다. 그 때문에 재외동포 정책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스라엘은 2009년부터 외교부와 별도로 장관급의 디아스포라 전담 부처를 운영하고 있다. 재외동포재단 김봉섭 조사연구팀장은 “이스라엘 본드(bond)를 발행해 미국의 채권 매입자들이 이스라엘의 안보 에 든든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특히 기발하다”고 평가했다.

 올 1월 새로 구성된 이스라엘 내각은 정부 개편 와중에서도 ‘예루살렘 및 디아스포라부’라는 이름으로 디아스포라 전담 부처를 존속시켰다. 나프탈리 베넷(41·사진) 크네셋(의회)의원이 현직 장관이다. 중앙일보는 이스라엘 내각 산하 언론 전담 부처인 대변인실과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베넷 장관의 디아스포라 정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 이스라엘에 디아스포라가 갖는 의미는.

 “자국민이 해외로 나간 한국과 달리 지금의 이스라엘은 디아스포라의 귀국에 의해 태어났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의 3분의 1이 학살되고 1200만 명이 살아남았다. 48년 건국 당시 전 세계 유대인의 5%(65만 명)만 이스라엘 땅에 살고 있었다. 적대적인 중동에서 살아남는 길은 해외의 유대인을 국내로 흡수하는 것뿐이었다. 지금은 전 세계 유대인의 43%가 이스라엘에 거주한다.”

 - 디아스포라를 전담하는 장관급 부처를 만든 배경과 목적은.

 “해외의 유대인이 이스라엘의 운명에 막대하고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국내 인구를 늘리는 원천이자 국력을 키우려는 목적 외에도 해외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얻기 위해서다. 특히 미국의 유대인은 정부에 영향력이 강한데 이스라엘 정부는 그들과 중요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열성을 다했다. 이스라엘은 유일하게 본국보다 더 많은 디아스포라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장관급 부처를 만들었다.”

 - 디아스포라 전담 부처의 인력과 연간 예산은.

 “부처 자체는 크지 않다. 전담 직원은 35명이다. 연간 예산도 수백만 달러다. 그러나 예산과 인력의 대부분이 디아스포라 문제와 관계 있는 다른 정부 부처에도 따로 할당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부처가 해외의 유대인을 국내로 흡수하기 위해 48년 설립한 ‘이민부(ministry of Absorption)’다. 교육부와 외교부에도 많은 예산과 인력이 할당된다. ”

 - 타글릿(Taglit)이란 어떤 프로그램인가.

 “타글릿은 ‘발견’이란 뜻의 히브리어다. 영어로는 ‘birthright Israel(이스라엘 생득권)’로 표기한다. 해외의 유대인 청소년을 10일간 초대해 교육하고 여행을 시켜주는 프로그램이다. 찰스 브론프만과 마이클 스타인하트라는 독지가에 의해 1999년 12월 시작됐다. 두 사람은 유대인이라면 누구나 태어나면서 이스라엘을 방문하고 살 권리가 있다고 봤다.”

 -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유대인의 정체성을 키우고 유대인 공동체와 이스라엘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발견’이란 말뜻 그대로 여행의 목적은 이스라엘이란 나라와 민족의 발견, 유대인 전통 및 가치와 자신의 연계성 발견, 개인이 더 큰 유대인 공동체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길을 발견하는 게 목적이다.”

 - 현재까지의 성과는.

 “지금까지 60여 개국에서 34만 명의 청소년과 대학생들이 다녀갔다. 이들은 홈페이지에 ‘타글릿을 통해 인생을 바꾸는 경험을 했다’는 소감을 싣기도 했다. 실제로 참가자들 중 일부가 이스라엘에 정착했다. 참가자들은 이스라엘의 홍보대사 역할도 한다. 이 프로그램의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이 급증했다. 이제는 최초의 자선가들 외에도 참가자의 부모, 프로그램 수료생, 개인 기부자 등 다양한 채널로부터 자금 지원이 이뤄진다.”

 - 해외의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에 많은 자금을 송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스라엘에 들어오는 자금 중에서 (이스라엘 본드 외에도) 여전히 독지가들의 기부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

 - 정보통신의 발달로 디아스포라의 의미가 변하고 있는데.

 “디아스포라를 규정하는 핵심은 누가 유대인이냐는 문제다. 오랜 세월에 걸쳐 통혼이 이뤄지면서 개인의 정체성을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갈수록 부족해져 문제를 야기한다. 우리는 1982년부터 에티오피아 유대인의 국내 이민을 받기 시작했다. 처음엔 큰 문제가 없었지만 나중에는 일부가 원래 유대인이었는데 강제로 기독교로 개종했다는 주장을 하면서 이민을 받아달라고 했다. 지난달까지 30년간 20만 명의 에티오피아인을 유대인으로 인정해 받아들이면서 이스라엘 정부는 주택·교육·의료 혜택을 제공하느라 엄청난 비용을 지불했다.”

 - 한국 정부에 정책 조언을 한다면.

 “한국 정부도 뿌리와 마음의 조국, 언어·문화·음식 등 공통점을 갖고 있는 재외동포들과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그들은 번영하는 한국을 보길 원할 것이고 서로 혜택을 보길 바랄 것이다. 선진국에 사는 많은 젊은 재외동포 인재들에게 시민권(국적)을 적극 부여함으로써 그들이 한국 경제 발전을 돕도록 해야할 것이다(※현재는 65세 이상에 복수국적 인정). 재외동포들이 버림받았다는 느낌이 아니라 조국이 품어준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 다른 곳에 살더라도 그들이 한국인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6년 이상 해외에 거주하다 귀국하면 ‘귀환 거주자’로 분류해 세제 혜택을 준다.”

◆특별취재팀(미국·중국·일본·러시아·카자흐스탄·독일)=장세정(팀장)·강인식·이소아·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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