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 신임주일대사 인터뷰|한일현안은 대등입장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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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외교에는 초년병과 마찬가지라서 아직은 별 구상이 없습니다』- 20년이상의 관직생활에서 외교무대에 첫발을 디딘 이호주일대사의 겸손한 첫 마디였다. 지난 12·19개각때 법무장관의 자리를 떠나 주일대사직을 맡은 이호씨는 정식발령을 받을 때가진 기자들을 만나기조차 않다가 5일 백총리로부터 받고 나서야 말문을 열었다.
『우선 무엇보다도 주일대사가 된 것이 대단히 기쁘다. 직업외교관 출신이 아니어서 내용을 잘모르지만 임지에 가서 공부하여 열심히 일하겠다』고 소감을 밝힌 이대사는 부임에 앞서 현지사정과 프로터콜(외교의전)을 공부하겠다는 것.
-오는 16일로 기한이 만료되는 재일교포의 영주권 신청문제가 당면한 문제인데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그게 제일 큰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과거 58년∼60년 한일회담 당시 대표로 참석했고 69년8월엔 양국 법무장관회담에 참석하여 실무적 합의를 본일도 있다.
우선 신청자수를 늘리기위해 최선의 조치를 취할 것이고 그후 교포사회의 실태를 파악하는대로 교포문제를 다루어 나갈 생각이다.』
-70년대의 한일관계는 아시아에서 증대되는 일본의 역할과 관련하여 아시아 전체 정세를 감안하여 방향이 잡혀질 것 같은데 어떤 구상이라도 있는지-.
『양국간의 우호협력 관계를 증진하여 한일관계를 더욱 긴밀한 것으로 유지하는것이 급선무라고 본다.
현재 정부의 정책방향도 그런 것이지만, 이것을 통해 아시아의 평화에 기여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다만 한일양국은 역사적 지리적으로 오랜 관계를 가져왔지만, 앞으로는 자주적이고 대등한 입장에서 협력과 친선을 도모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협력관계 증진이라고 말하지만, 그 가운데 특히 강조할 만한 것은-.
『무역관계의 증진을 첫손가락에 꼽고 싶다. 지금까지 무역역조문제가 많이 논의되어 왔는데,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무역증진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양국간의 현안으로 대륙붕경계 획정문제가 있는데 앞으로의 교섭에 대해서는-.
『그건 지금 뭐라고 할수 없다. 외무부로부터 알아보고 현지에서도 공부한 뒤 처리해나갈 생각이다.』
-이대사는 동경제대 출신이기 때문에 일본정부에 동창생이 많아 일하기 편할 것이라는 주위의 얘기인데-.
『더러있다. 10년전 일본에 가있었을때 경제유력인사들과 약간 지면을 갖고있고, 한일협력위의 일본측 인사들도 웬만큼 알고 있지만, 그것이 일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중후한 인상에 논리적인 화법, 자유당·과정·제3공화국등 역대정부에서, 그것도 어려운 시기에 내무와 법무장관을 두차례 지냈기 때문에 수습장관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한일국교가 트인지 6년이 되면서 발등에 떨어진 초급한 문제는 없지만 무역역조, 조련계준동, 일·중공관계, 일대사의 외교솜씨에 기대를 거는 사람이 많다.
『오늘날의 외교를 국민외교라고 하지 않습니까. 더구나 일본과의 관계는 오랜 기복의 역사를 갖고 있으니까 국민적인 힘을 바탕으로 일하고자 합니다. 고엄민영대사나 이후락대사같은 유능안 전임자의 본을 받아 힘껏 일하겠읍니다.』-이대사는 근엄한 표정에 의욕을 담아 보였다. <윤용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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