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남억 공화당의장서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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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거뜬히 치러야죠』-. 계속되는 회의와 방문객을 만나느라고 약속보다 며칠이 지나고도 한참을 기다리게 하고서야 시간을 낸 백남억 공화당의장서리는 몇분간 눈을 감고 생각을 가다듬은 뒤 무겁게 입을 열었다.

<선거는 이견의 총화작업>
『총선거란 잡다한 이견과 국민의 여론이 집대화되고 그 총화위에서 어떤 결정을 보는 순화내지는 여과작업이라고 봐요』-. 그의 머리속엔 온통 선거로 가득찬 듯 싶었다. 새해 설계의 모든 선과 점과 그리고 구도가 선거였다.
그가 희망하는 선거는 순화 여과를 통해 국민의사의 최대공약수를 발견하는 선거라고 되풀이한다. 『그러길래 선거분위기가 과열해 사회계층간이나 지역간의 이간을 유발해서도 안되고, 금력에 호소한다든가하는 비정상적이고 부조리한 선거여서는 더욱 안되겠다』는 것.
당의장실 소파 팔걸이에 팔을 얹어 머리를 기대며 백의장은 조용하고 차분한 선거 후유증없는 선거를 강조했다.

<돈쓰는 선거 망국자초>
그말마따나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은 부앙천지무괴란 자세로 임해야 하고 졌을때는 깨끗이 물러선다는 페어·플레이 정신이 참으로 소중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러기위해선 당에서도 손을 쓰겠지만 후보주위에 있는 사람들이나 유권자들이 입후보자를 과열시키지 말았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과열이 되면 무리가 따르고 불필요하게 돈을 쓰게 됩니다. 선거에서 돈을 많이 쓰면 정권을 잡아도 나라가 없어진다고 봅니다.』
선거결과를 낙관하지도 않고 불필요하게 비관하지도 않는다는 백의장은 『사자가 토끼를 잡을 때도 혼신의 정력을 다하듯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면서 『다만 권좌의 산실은 오직 공화당뿐이라는 자부를 갖고 일하겠다』고 했다. 말하자면 공천이나 선거운동을 당이 전적으로 준비하겠다는 설계의 설명이다.
백의장은 소탈하게 보이는 것만큼이나 언변도 소탈했는데... 무거운 당직을 맡고서는 말하며 생각하고, 생각해서 말하는 신중파가 됐다. 그의 새해 설계도 그만큼은 조심스레 다듬어지고 있는 것일까.

<가족들은 불만 미안할 뿐>
『여룡여호같은 상임고문들이 선거때 크게 활약해 주실 것으로 기대하므로 내가 전국을 누비며 유세를 하게되진 않겠지만 선거가 끝나기까지는 정신없이 바쁠 것 같습니다』- 독서, 틈틈이 하던 밭매기, 마작, 얼마전에 시작한 골프등 그 나름의 다양한 취미엔 시간을 쪼개기가 어렵겠다고. 『애들한테서 학교에 계실때가 좋았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이젠 가족들도 불만이 고질화해 체념상태지만 미안한 생각이 들곤 합니다. 』 선거가 끝나면 가족들과 여행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다.
신변에 얘기가 미치자 별로 맵시가 나지않는 옷매무새를 새삼스럽게 만지며 말을 이었다. 『옷은 많이 있는 편인데 어떤 옷도 내몸에 감기면 불행해지는 모양이예요. 앞으론 좀 신경을 쓰게 될는지….』 그는 웃음을 터트리며 방문객을 맞느라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성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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