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구로병원 의료지원단, 진흙탕 길에도 농촌 찾아가 봉사 … "잠 못 잘 만큼 아팠는데 진료해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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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1일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농협에 차려진 간이 병원에서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천성광교수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 고려대 구로병원]

“고려대병원 봉사단원 모두 다 내 손자 같고 자식 같아요. 가족 같은 따뜻한 마음 감사합니다.”

 올 7월 경기도 여주를 찾은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김영우 교수는 간이 병원을 찾은 80대 어르신의 말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부인과 자식·손자들까지 한꺼번에 잃고 혼자 살아온 어르신이 고려대 구로병원 의료지원단을 찾아 진료를 받고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건넸기 때문이다.

 구로병원 정형외과·가정의학과·내과 등 전문 의료진으로 구성된 농촌사랑 의료지원단은 지난해 경기도 화성의 농촌환자 진료를 시작으로 꾸준히 의료봉사활동을 진행해왔다. 마을회관이나 강당에 간이진료소를 꾸리고 X선·골밀도·심전도·혈액검사 등 각종 검사실은 물론 약국과 주사실까지 준비했다. 급한 병은 진단 후 즉시 약을 처방하고 인근 병원에서 계속 치료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는 게 이들의 임무다. 7월 9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경기도 여주와 이천·남양주·파주 지역 의료봉사에는 24명의 의료진이 참여했다. 유난히 긴 장마 때문에 비포장 도로가 진흙탕이 되는 일이 빈번했지만 간이 진료소에는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한 농촌의 어르신과 다문화가정 주부, 기초생활수급대상자 등 수십 명의 환자들이 새벽부터 길게 줄을 섰다. 의료지원단이 나흘간 진료한 환자는 총 800여 명. 가정의학과 김은혜 교수는 “오전 7시에 도착했는데 기다리는 분이 너무 많아 다 볼 수 있을지 걱정할 정도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12일 북파주농협 의료봉사에는 김우경 원장이 주전공인 수부외과의 특성을 살려 손과 팔저림을 호소하는 농민들을 진료했다. 김 원장을 찾은 한 주부는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저려 농사일도 제대로 못해 걱정이 많았는데 직접 찾아와 진료해주시니 몸 둘 바 모르겠다”며 감사를 전했다.

 구로병원의 의료지원단은 농촌지역 환자들에게 진료뿐 아니라 ‘장수사진 촬영’을 통해 특별한 추억도 선물한다. 진료소 한쪽에 간이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촬영팀이 어르신들의 얼굴을 사진으로 남긴다. 김경미 의료사업사회사는 “결혼 후 자신을 꾸며본 적이 없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화장을 하고 머리를 만져드리면 ‘오늘 그냥 집에 들어가면 안 되겠다’며 정말 좋아하신다”고 전했다. 봉사단은 이날 찍은 사진을 액자로 만들어 어르신들 집으로 보낸다. 구로병원의 사진동호회에서 후보정과 인화를 맡는다.

 김우경 원장은 “오히려 저희 직원들이 농촌 사랑과 나눔 활동을 통해 보람을 느끼고 많이 배우고 있다”며 “구로병원의 의료지원활동이 농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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