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증권사·판매직원 모두 책임져야” … 집단소송 준비에 900여 명 몰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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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 빠집니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네요.”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의 조남희 대표는 27일 “전화가 폭주해 숨돌릴 틈이 없다”고 말했다. 동양그룹 부도사태에 대비해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이 단체엔 이날 저녁까지 900여 명이 소송 참여의사를 밝혀 왔다. 신청을 받기 시작한 지 이틀 만이다.

동양그룹이 채권 원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태가 날 경우 대규모 소송사태는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쟁점은 금융 당국의 책임과 불완전 판매 여부에 따른 금융사의 책임이 어느 정도인가 하는 점이다. 조 대표는 “그룹 내 현금 유동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는 폭탄을 개인투자자들에게 돌린 것인데 그걸 당국이 지켜보고만 있었으니 당연히 당국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계열사 채권을 적극적으로 권유한 동양증권과 판매직원들에게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 측에선 ??결국은 투자자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채권 이자가 연 7%면 시중 예금 금리의 두 배가 넘는다. 이런 채권을 안전하다고 믿었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논란이 커지면 시시비비를 가리게 되겠지만 투자자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모든 고수익 상품은 위험을 감내하고 투자하게 마련인데 이에 대해 시장 질서까지 거스르면서 보상해 주는 것은 무리”라며 “불완전 판매 정황이 뚜렷하거나 회사의 도의적 책임 논란이 불거지면 손실을 분담하자는 논의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동양그룹 채권 가격은 문제가 불거진 이후 급락하고 있다. 올 11월이 만기인 동양 257회 회사채 가격은 이달 2일 9600원에서 26일 3900원으로 59.4%나 떨어졌다. 만기 때까지 한 달여만 기다리면 거래 단위인 1만원을 받을 수 있는데도 그동안 버틸 수 있을지가 미덥지 않다는 게 시장 반응이다. 12월 만기가 돌아오는 동양 258호 회사채도 2일 9200원에서 26일 3398원으로 가격이 폭락했다.

동양그룹 유동성 위기는 다음 달 최대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4월 개정된 금융투자업 규정으로 다음 달 24일부터는 증권사가 투자부적격 등급의 계열사 채권을 팔 수 없게 된다. 계열사인 동양증권의 지원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증권가에선 ‘동양그룹 10월 위기설’이 공공연히 돌고 있다. 채권업계 관계자는 “10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CP만 해도 4200여억원에 달한다”며 “동양그룹이 자금 경색을 어떻게 풀어 나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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