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단체장 잇단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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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국회의원과 전.현직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뇌물수수 등 혐의로 잇따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법조계 일각에선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사정 속도를 조절하라"고 밝혔음에도 사실상 공직자 사정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주장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들에 대한 조사는 일선 검사들이 자체 판단해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권 출범에 맞춘 기획 사정은 아니다"고 말했다.

수원지검 특수부(부장검사 郭尙道)는 이날 민주당 이윤수(李允洙)의원과 예강환(芮剛煥) 전 용인시장 등이 건설업체로부터 이권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李의원과 芮전시장은 S건설 사장 金모(50.구속)씨로부터 2000년 "건축허가 등과 관련해 편의를 봐 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회사 자금을 빼돌려 3백19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개인용도로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지난해 12월 구속한 金씨에 대한 보강 조사에서 이 같은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최근 李의원에게 돈을 전달하는 과정을 목격한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 당료 한 명을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곧 李의원 등을 불러 조사한 뒤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李의원은 "건설사 사장 金씨가 인사차 찾아와 집에서 만난 적은 있으나 돈을 받지는 않았다"면서 강하게 부인했다. 芮전시장 측근은 "芮전시장과 金씨가 돈을 주고받을 만한 사이가 아니었다. 대응할 가치조차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특히 이 건설사가 조성한 비자금이 3백억원대에 이르는 점을 중시, 다른 정.관계 인사들의 연루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수원지검은 또 D상호신용금고 실소유주 김영준(金榮俊)씨 측으로부터 3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 이양희(李良熙)의원도 사법처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李의원이 "금융감독위원회의 조사를 무마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 금고 전 사장 유모씨를 이근영(李瑾榮)금감위원장에게 소개해 주고 돈을 받아 대가성이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

한편 서울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朴榮琯)도 이날 관내 아파트 건축 사업과 관련, 인.허가 과정에서 돈을 받은 혐의로 문병권(文秉權)중랑구청장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文구청장이 부구청장으로 재직하던 1998년 '아파트 건축 인.허가를 빨리 받을 수 있도록 편의를 봐 달라'는 등의 청탁과 함께 3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포착돼 불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文구청장이 자신과 관련된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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