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정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최근「폴란드」전역을 휩쓴 반정부 폭동에 뒤이어「폴란드」 공산당 제1서기「블라디슬라프·고물카」를 비롯하여 국가원수(국가 평의 합의 장).「마리안·스피할스기」등이 20일 사임하고 동 당 제1 서기 후임에는 정치국 원「에도바르트·기에레크」가 취임했다고 한다.
이로써 지난 14일부터 물가 인상에 항의하여 폭발한「폴란드」의 폭등은 마침내 정변을 가져오게 했으며, 56년 이른바「10월 혁명」이래 14년에 걸쳐 장기 집권하던「고물카」체제는 드디어 붕괴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적화한「폴란드」의 역사를 더듬어 볼 때 폭등은 정변을 가져왔고 정변은「폴란드」노선의 대전환을 가져 왔다는데서 이번 정변 또한 매우 크게 주목된다.
무엇보다도 이번 정변은 그 양상에 있어 56년 6윌28일의「포즈나뉘」사건 이후의 사태와 비슷하다는 점을 간과 할 수 없다. 즉 56년 2월 소련의 비「스탈린」화 정책 직후「폴란드」국민들의 자유화 사상은 고조되었으며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민중들은「포즈나뉘」에서 폭동을 일으켰다. 동 사건은 비록 무력으로 진압되었으나 당 간부 개편에까지 몰고 갔으며 그것을 계기로 49년이래「티토」주의자로 추방되었던「고물카」가 복귀, 제1 서기에 선출됐던 것이다.
그 이래「고물카」는 동구 자유화에 앞장섰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고물카」는 장기 집권과 더불어 현상에 고착하였다고 할까, 소련 노선에 밀착하면서 민중의 여망을 저버리고 그 동안 여러 차례 일어난 자유화 요구「데모」를 탄압했으며, 68년「체코」사태 때는 그 무장 개입에 참가까지 했다.
지난 1주일에 걸쳐「폴란드」에서 일어 난 폭등은 표면상 일용 필수품의 대폭적인 가격 인상에서 발단한 것이지만 그 심층에 있어 오랫동안에 걸친「고물카」정권의 보수적인 강경한 노선과 그 지배에 대한 불만이 터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고물카」에 뒤이어 새로「폴란드」당수로 취임한「기에레크」가 앞으로 어떤 노선을 계 양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보도에 의하면 그는 기술 제일주의의 자유화 파로 알려 졌는가 하면「모스크바」파 라고 도 한다. 그는 20일 취임 제일 성을 통해『앞으로 병들어 있는「폴란드」경제를 재건하고 노동자들의 생활 향상을 위해 대 개혁을 단행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가「체코」사태 때의「두브체코」의 운명을 겪을 것인지, 또는「폴란드」국민의 여조에 부합하여 자산화 노선을 걸을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에 속한다. 또한「고물카」이후의 내부 권력 투쟁과「폴란드」에 2개 사단을 주둔시키고 있는 소련의 태도 역시 어떻게 나올 것인지 자세하지 않다.
그러나 소련이나 동구 집권자들은 갈수록 심화 확대되는 동구의 자유화 사상을 무력으로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그것은 더 옛날의 교훈이 필요치 않으며, 68년 「체코」사태에 뒤이어 2년만에 다시「폴란드」에서「빵」과 자유를 요구하는 폭동이 일어나고 있다는데서 역 연하게 실증되고 있다.
동구 깊숙이 부글부글 파고 있는 자유화 조류는 공산주의의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아닐 수 없으며, 여기서 다시 한번 자유 체제의 우위를 인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