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밖의 과적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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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남영호 침몰 사고 뒤 직접 원인이 되고 있는 화물 과적은 뱃짐을 싣는 일 치고는 너무나 상식 밖이었다. 남영호의 3개 하 창 과 갑판 및 앞 하 창 날개 위엔 지나친 과적을 했으며 특히 3개의 하 창 중 가장 짐이 많이 들어가는 중 하 창은 원래 객실로 만들어진 것을 짐을 싣기 위해 멋대로 하 창으로 뜯어고친 사실이 밝혀져 배의 안전은 처음부터 선주의 관심 밖이었음이 드러났다. 밝혀진 남영호의 과적 상황은 이러했다. 18일 부두 노조 제천 도지부 서귀 분회에서 확인된 바로는 남영호는 3개의 하 창을 모두 밀감으로 가득 채웠다. 앞 하창에 3천5백 상자, 중 하 창에 5천여 상자, 뒤 하 창에 1천5백 상자를 실었으며 거기에다 선적이 엄금된 앞 하 창 덮개 위에도 4백여 상자, 중 갑판 위에도 5백여 상자를 실었다.
이렇게 밀감으로 만선을 이루었는데도 또 짐을 받아 앞 하 창 덮개 위에 잡곡 입 가마를 싣고 밀감으로 빈틈이 없는 중 갑판을 비집고 배추 3「트럭」과 무말랭이 2가마, 계란「케이스」6짝 등 각종 잡화를 가득 실어 하 창·갑만을 가릴 것 없이. 배는 온통 짐 투성이를 이뤄 앞 창 위에 높이 2m, 간판 위에 높이 1m60cm의 짐 산을 만들었다는 것.
특히 앞뒤 하 창과 맞먹는 중 하 창을 당초 객실이었던 것을 선주 측이 짐을 많이 싣기 위해 하 창으로 개조한 것.
부두 노무자들에 의하면 서귀포∼부산 노선에 정기 화물선이 없어 전분·밀감 등의 화물이 밀리자 건조한지 몇 달 안돼 이처럼 객실을 하 창으로 뜯어 고쳤다는 것이다.
또 이번처럼 밀감으로의 만선은 처음 있는 일로 선장이 밀감 만선의 위험을 전연 몰랐음이 사고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밀감 1상자의 무게는18·5㎏으로 3개 하 창의 총 무게는 1백85t 밖에 안 되는데 전분을 실었을 경우의 무게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것.
따라서 밀간만으로 만선을 이루었을 때 배의 중심은 도저히 잡힐 수가 없으며 오히려 배의 위 부분이 더 무거워 물리적으로 배의 복원 력 이 상실, 한번 기울면 다시 일어설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중량 짐이 나오지 않을 때에 대비, 남영 호와 같을 구조의 화 객 선인 N호의 경우 하 창에 미리 자갈을 3「트럭」깔아 복원 력을 갖추는 등 주먹구구식의 운행을 해 왔다는 것이다.
선장의 이 같은 무지 의에 서로 짐(특히 귤의 경우)을 밑 하 창에 싣지 않고 갑만 위에 실으려는 화주들의 욕심도 사고의 묘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밀감의 경우 하 창에 실으면 기관의 열 때문에 상하기 쉬워 밑 하 창이 다 찼을 때 들고 나와선 선적을 졸라 끝내 갑판 위에 싣는다는 것. 이번의 경우도 지난 11일과 13일 상오에 하 창이 완전히 찬 뒤에 갑만 위 적재를 노린 밀감이 마구 쏟아져 나와 선주의 돈벌이 욕심을 부채질, 위험한 갑판 위 적재를 빚게 했다는 것.
12월은 서귀포 밀감의 반출 성기여서 이 같은 화주들의 갑판 위 적재 욕심이 사고를 부른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제주=임시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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