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전국 병원장 세미나|반성하는 인술 편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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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 나라로서는 처음으로 전국 병원장「세미나」가 대한병원협회(회장 김홍기)주최로 지난주「앰배서더·호텔」에서 열렸다. 병원 운영에 대한 실태를 파악함으로써 합리적이고 유효 적절한 병원 운영을 꾀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세미나」에는 전국에서 1백 여명의 병원장들이 참석하여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홍종관 보사부차관의『사회 복지와 병원 개발』이라는 기조 연설이 있은 뒤「세브란스」병원의 임의선 원장이 병원의 현실과 과제에 대한 주제 발표를 했다.
세계 각국을 두루 살펴본 결과 우리 나라의 병원 수준이 형편없이 뒤떨어진 것을 깨달았다고 전제하고 임 원장은 다음과 갈이 말했다.
『60년도 이후 우리 나라의 경제 성장은 빠른 속도로 진척되고 있다. 이에 따라서 국민의 생계비 지출 중 진료비가 차지하는 부분도 증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즉 65년도에는 l·1%를 차지하던 의료비가 69년도에는 3·0%로 증가하고 있어 국민들의 병원 의존도가 높아졌음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마땅히 늘어나야 할 병원 수는 이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등록된 병원 수는 2백29개소에 불과하며 의원 개설도 겨우 5천1백63개 소 정도여서 인구 당 병상 수로 환산하면 인구2천명에 병상이 한 개 밖에 안 된다. 이는「스칸디나비아」나라들이 인구 1백 명 당 병원 하나를 확보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너무나 적은 숫자다.
보건소 만 해도 현재 전국에 l백92개소가 있지만 너무 방대하고 무거운 책임량으로 제대로 기능을 발휘 못하고 있다. 이상적인 것은 인구 3천∼7천명에 보건소 하나를 설치하는 것이겠지만, 우리 나라는 현재 부려 20만 명을 하나의 보건소가 맡고 있으니 무리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낙후성을 면치 못할 우리 나라의 병원을 개발, 육성하기 위해 국가에서 전폭적인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라고 임 원장은 주장하면서, 미국의 경우 지방에다 병원을 설립하는 사람에게 적어도 경비의 50%를 정부가 보조해 주고 있음을 예로 들었다.
토론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의사 봉급 수급과 의료 배가 문제, 그리고 병원 간호 사업의 당명 문제 였다.
의사들의 도시 집중 현상에 대해 원주 기독 병원의 김영우 원장은『전국 1만5천여 명의 의사 중 3분의1에 해당하는 5천여 명이 서울에 몰려 있어 국민 보건의 불균형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데도 당국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고 당국의 무성의할 태도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농촌에도 유능한 의사를 균등하게 안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취임해서 몇 개월이 못 가서 자태를 저버리는 보건소 소장 자리에서, 혹은 각 시 도립 병원에서 봉급의 두 배를 주어 가면서 까지 의사를 모셔 와 도 사흘이 멀다 하고 빠져나가는 오늘의 세태에서 비치는 한국적·비극을 단순히 경제적 빈곤이 가져다 준 결과라고 체념하고 말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참가자가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국립 의료원 차윤근 원장이 결론적으로 말한, 의사들의 정신적 자세 및 사명 의식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명하는 듯 했다. 사실 지금 의사들이 요구하고 있는 대우 문제 나 권익 보호는 우리 나라 실정을 감안한다면 약간 지나친 점이 없지 않다는 반성도 있다. 결국 그런 만큼 의사들도 사회를 이끌고 지도하는「엘리트」이므로 국민과 함께 괴로움을 겪어야 한다는 차 원장의 결론은 의사들에게 의미 있는 문제점을 재기해 준 것 같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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