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 14시간…17명 구출|갱 속엔 아직 네명 생사불명…구조작업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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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도계=본사 임시취재반】강원도 도계읍 흥국광업소 갱부 집단 매몰사고의 특별구조반은 11일 상오 현재 매몰 광부 22명 중 17명을 구조, 1명의 시체를 인양하고 나머지 4명에 대해 계속 구조 작업을 펴고 있으나 아직 생사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구조반은 10일 새벽 5시쯤 갱구 및 9백60m나 되는 어둠 속에 갇혀 석탄과 불에 뒤범벅이 된 광부들의 구출작업을 편 끝에 제9크로스 입구에서 30m 위쪽으로 직경 2인치의 강철 파이프를 밀어 넣어 압축 공기를 불어 보내는데 성공했으며 옆으로 구조 갱도를 6m쯤 파들어 간 뒤 파이프를 다시 밀어 넣어 매몰 광부들과 통화, 구출하는데 성공했다.

<구조경위>
사건발생 3시간만인 상오 8시쯤 처음으로 김명수씨(33)가 구조갱도를 통해 물과 석탄이 범벅이 된 모습으로 기어 나왔고 상오 9시 30분쯤엔 제9크로스 입구 죽 탄 속에서 질식 사망한 신홍범씨(33)의 시체를 인양했다.
구조반은 이어 하오 1시 5분부터 20분 사이 이규중(46), 이수연(28), 김광락(38)씨 등 3명을 차례로 구출한 다음 이씨 등이 구조된 제9크로스 입구에서 급수 파이프를 발견, 막혔던 석탄을 뽑아낸 순간『이제야 시원하다』『이제야 살았다』는 등의 소리가 파이프를 통해 나왔으며 구조반이『구조에 자신 있다. 조금만 참아라』고 격려하자 매몰 광부 김상태씨(33)가 『모두 13명이 살아 있다』고 응답해 왔다.
구조반은 8m쯤을 파 들어가 매몰 된지 14시간45분만인 하오 7시5분 김씨 등 13명을 차례로 구조, 5대의 채탄 차에 나누어 싣고 갱 밖으로 나왔다.
이어 구조반은 강신부씨 등 4명의 구조작업을 철야로 벌였으나 실패, 11일 상오 제9크로스 안에 대피해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정 아래 오른쪽 막장에 이르는 10m의 새 구출 갱도를 뚫고 있으나 이 작업이 7∼8시간 걸릴 것으로 보여 이들 4명의 생사는 하오 3시에나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반은 4명의 매몰 광부들의 인내시간이 20∼25시간으로 보아 구출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미 구출된 13명이 호흡에 곤란을 겪지 않았다는 말에 따라 또 다른 공기구명이 있다고 추정, 굴진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구조현장>
강원도 도계읍 상덕리의 사고현장엔 매몰광부의 가족과 인근 주민 3백여 명이 몰려 구조작업을 초조히 지켜보았다.
사고발생 후 김명수씨가 처음으로 살아 나오자 김씨의 가족들은 너무나 감격, 눈물을 흘렸으며 매몰 광무가 모두 죽은 줄 알았던 많은 주민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어 쉬었다.
이어 신흥범씨가 죽은 모습으로 갱도에서 실려 나오자 가족들이 몸부림 쳐 현장 주변은 희비가 엇갈렸고 하오 7기가 넘어 13명이 살아 나왔을 때 생환을 반기는 가족들이 환성이 일었다.
11일 상오 아직도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4명의 가족들은 영하의 현장을 불안과 초조 속에 계속 한 가닥 희망을 거고 굴진 작업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망자>
▲신흥범 (33·도계읍 상덕리)

<생사불명>
▲손형영(37·선산부·상덕리) ▲강동규(38·동) ▲강신부(35·동) ▲박명흥(32·동)

<사고원인>
이번 사고는 광부들이 작업장에 들어갔을 때 물줄기가 흐르는 것을 흥국 광업 간부가 발견하고도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시켰기 때문에 빚어졌다.
9일 밤 11시30분쯤 광산 생산과장 김시대씨(40)는 마지막 교대로 작업하러 들어온 32명의 광부들이 자정쯤 석탄층에서 손가락 굵기 만한 물줄기가 흐르는 것을 보았으나 적당히 보수하고 그대로 일을 시켰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탄 층 사이에 괴었던 4백t쯤 되는 지하수가 굴 진기 등의 충격을 받고 지반이 약한 곳으로 밀려 쏟아져 내리며 갱 목과 석탄을 함께 쓸어 내려 일어났던 것.
제9 크로스 입구에서 1백10m쯤 되는 오른쪽 작업장 부근에 괸 물이 터지며 대피장소가 먼 오른쪽 벽을 밀어 사망자와 실종자들은 이곳에 갇혀 있는 것으로 보이나 왼쪽 작업장의 광부들은 모두 구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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