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괴선 어린이도 총 메고 제식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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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인천=송영호·박정원 기자】지난4월 서해소청도 남방해상에서 어로작업 중 불법 남침한 북괴경비정의 총격을 받고 납북됐던 우리어선 봉산 21호(99ℓ·삼건 물 산 주식회사 소속(선장 김경옥·35), 봉산 22호(선장 고금수·40)의 선원 10명은 1일 상오10시 인천시청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8개 월 동안 본 북괴생활을 한마디로 비참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남녀동등권을 내세워 여자들도 공장·건축 장 등에 몰아넣고 있을 뿐 아니라 노동자는 연간 12일간의 휴가가 있지만 휴가기간에도 단체로 산장 같은 곳에 끌러가 하루 3,4시간 공산주의 교육을 받기 때문에 가정생활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이들은 폭로했다.
이들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납북경위와 북한의 참상은 다음과 같다.

<남북경위>
◇지난 4월16일 홍어 잡 이로 서해소청도 남방 20마일 해상에 나간 봉산 21, 22호는 4월27일 밤 어군을 쫓아 순위도 남쪽 15마일 해상까지 북상했다.
4월29일 상오3시쯤 갑자기 북괴경비정 2척이 나타나 기관포로 기습공격을 해와 봉산21호통신사 송하영 씨가 인천에 무전을 치고 뱃머리를 남쪽으로 돌릴 때 북괴 선이 배에 접근, 배를 끌고 상오6시 해주만의 등산 곶으로 데리고 갔다.

<북한에서의 생활>
이들은 해주 여관에서 1주일 묵고 5월7일 열차 편으로 평양에 도착, 평양여관과 대동여관에서 귀환될 때까지 지냈다.
매일 상오6시30분에 일어나 아침식사가 끝나면 상오8시부터 1시간동안 독보시간이라고 정해 공산주의에 관한 교육을 시키고 상오9시부터 하오 1시까지는 학습지도 원이 김일성 예찬론「빨치산」투쟁기 등을 들려주었다.
하오 1시부터 4시까지는 낮잠을 재우거나 공장구경 등을 시키며 공장시설 등을 선전했다.

<북한의 실정>
북한주민들은 의복이 초라할 뿐 아니라 얼굴에는 핏기가 없었다. 어부들이 병원에 갔을 때 간호원들은 날짜가 나오는 시계를 보고 값과 어부들의 봉급을 묻고는『우리들은 한달 봉급 40원으로 2백40원∼3백 원하는 시계를 살 엄두도 못 낸다』고 부러워했다.
어부들이 매일 먹는 음식을 그들은 북괴장관급 대우라고 선전했으나 우리 나라 시중에서 1백50원 정도밖에 안 되는 것으로 보였고 그들이 돌아본 공장의 여자들은 어부들이 찬 시계와 반지에 넋을 잃고 부럽게 바라보는 것이었다.
어부들이 논에서 개구리를 잡는 어린이들을 보고 왜 잡느냐고 물었더니『방안과 집 주위에 갖다두면 독벌레를 잡아먹는다』면서 살충제대신 어린이들로 하여금 개구리를 잡게 하고있다고 전했다.
국민학교 2년만 되면 소년단에 입단시켜 어린이들에게 총을 메고 제식훈련을 시키고 있는 북괴는 어부들이 떠나오기 전날인 27일 밤 어부들을 해주 여관에 몰아넣고『곧 해방될 것이니 전사들이 남한에 나타나면 곧 군청과 경찰서 등을 습격, 무기를 빼 앗으라』고 엉뚱한 선전을 했다고 어이없어 했다.
어부들이 납북된 KAL기의 잔류승무원들의 근황을 물었을 때『제 발로 넘어온 것』이라고 생떼를 부리면서 화보를 내놨으나 승무원들의 모습이 울상을 짓고 있었다고 어부들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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