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된 경쟁 신민당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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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신민당은 정기 전당대회를 연기함으로써 그동안 과열됐던 당권경쟁을 내년선거가 끝날때까지 일시「유보」하고 선거체제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당권의「경쟁유보」가 결정되기까지에는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김후보로서는 지명대회 이후 부딪쳤던 가장 큰 시련을 미흡한대로 일단 극복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대회개최를 주장해오던 비주류 일부에서는 아직도 대의원 3분의1 이상의 서명을 얻어 당초의 그들 뜻대로 전당대회를 소집하겠다고 반발하고있어 이들을 어떻게 무마해서 설득해 내느냐는 문제가 김후보의「짐」으로 남았다.
김후보가 적극적으로「설득행각」을 시작한 것은 지난 14일의 서울 유세 이후부터다.
설득대상자가 공교롭게도 주로 비주류 사람들이어서 대회가 연기될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돌았으며 한편으로는 김후보와 주류가 대회연기를 묵계했다는 소문마저 꼬리를 이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지난 19일의 정무회의에서는 주류가 그들의 연기주장을 갑자기 바꿔 대회를 개최하자고 비주류 측에 역공을 가했다. 주류의 이 갑작스런 역공을 비주류는 자기들을 견제하기 위한「양동작전」이라고 경계하기도 했다.
비주류는 대회개최와 지도층 개편방침을 다져왔으며 19일밤의 사직동 이재형씨댁의 모임에서는 이재형·정일형·이철승·박기출·정상구씨 등이 모여 집단지도체제로 할 경우의 대표최고위원 인선문제를 협의하고 있었다.
이 비주류연합 세력은 이재형·정일형·이철승씨 중 누구를 대표로 할 것인가를 놓고 협의한 끝에 이철승·박기출·정상구씨 등이 정씨를 대표로 추대하자고 이재형씨에게 권고했다.
여기서 비주류 연합이 깨졌으며 이 사실이「앰배서더·호텔」에 가있던 김응왕·김원만씨에게 통고되어 김후보의「단합호소」와 대회연기호소가 받아들여지게 되었던 것.
○…김후보의 설득이 주효한 것은 첫째로 당내세력. 그러니까 김후보·주류·비주류 등 3개 세력 중 어느 것도 과반수 미달상태로 각 세력간에 평형을 이루고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거기에다가 또 주류안의 갈등·비주류 연합세력간의 이질성 등이 겹쳐있어 주류와 비주류는 각기 김후보세력과 제휴하지 않고는 당론 통제력을 스스로 갖지 못하도록 되어있다. 김후보 자신이 얘기했듯이 그는 비주류 출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주류가 김후보를 휘어잡아 그들의 뜻을 관철하지 못한 것은 비주류 쪽에서 김후보를 위한 자금지원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얘기. 자금에 관한 한 비주류가 주류에 비해, 열세인데다가, 비주류의「혼성구조」때문에 김후보와의 조직적인 제휴가 어려웠으리라는 것은 짐작이 가는 일이다.
둘째로 집행기구인 정무회의의 기능을 정지해서 선거대책기구를 따로 구성하고 주류·비주류를 동등하게 참여시키겠다는 약속이다.
비주류가 볼때는 주류가 태반인 정무회의에서 선거대책을 주관하고 더우기 국회의원 공천마저 결정한다는 것은 불만일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정무회의의 기능을 비주류도 고루 참여하고 선거대책기구로 옮긴다는 것은 비주류를 그런대로 설득시킬 수 있었으며 신참 주류 쪽에도 불만이랄 수 없는 조건인 것이다.
그래서 선거를 앞둔 대동단합이라는「공동명분」에다가 주류는 지명대회로 상처가 난 현체제를 - 구체적으로는 정상 당수직의 확보 - 건들이지 않고 넘어갔다는 안도,
비주류는 선거대책기구 참여로 당장 의원 공천권을 갖는다는 현실적 이익, 김후보는 당 기구와 선거대책기구의 일원화로 마찰과 잡음을 예방했다고 각각 그들 나름의「실리」를 얻었다고 평가되고있다.
○…「전당대회연기」가 10인위와 정무회의를 거쳤으나 여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결정을 결정적으로 막지 못한 비주류「보스」들은 『난 모르겠소』(이재형씨말)『10인위 결정에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요.』(박기출씨말) 『경우에 따라선 받아놓은 대의원 서명으로 대회개최를 요구할 수 있다』(이철승씨의말) 고 말하고있다. 또 조연하·박종진씨 등 비주류의 중견간부들은 김후보가 유진산 당수의「수」에 넘어갔다고 펄펄뛰고 있다. 이 같은 반발이 어떻게 집약되어 어떤 힘으로 발휘될지 주목된다.
당헌은『당원 공천은 특별히 구성한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예비심사를 거쳐 정무회의가 결정한다』고 규정하고있다.
정무회의의 기능이 선거대책기구로 흡수된다해도 당헌에 명문규정이 있는 이상 당헌을 수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그래서 지난번 전당대회에서 정기대회가 못 열릴 경우 중앙상위에 전당대회 권한을 위임한다는 결의가 있었으므로 결의에 따라서는 당헌 수정안이 나올 가능성도있다. 비주류의 욕구불만은 필경 이 중앙당위에서 폭발될 것 같다.
당초 전당대회를 연기하자는 명분 가운데 하나는『소란을 피하자』는 것이었는데 중앙상위가 소란해진다면 피장파장.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다면 전당대회 연기결의, 선거대책기구 구성결의 같은 것을 하지 못한 채 끝나는 것읕 생각할 수 있는데… 어느 간부가 지적했듯이 바닥에 깔려있는 주류·비주류간의 체질차를 극복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연기결정 여파의 열도가 결정될 것 같다. <박석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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