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의 풍조>
이화학당 초기 졸업생 가운데는 결혼을 하지 않고 지낸 인사가 많았다. 신마숙 선배(대학과 1회 졸업)를 비롯하여 김활란 김보린 김애마씨(1926년 유치원 사범과 1회 졸·현 YWCA 연합회 회장) 김옥길 현 이대 총장 등이 독신으로 지낸 대표적인 예이지만, 그밖에 홍「에스터」(대학과 7회 졸·가정 생활) 박마리아(1928년 전문학교 문과 2회 졸·고 이기붕씨 부인) 박은혜(전문학교 문과 4회 졸·고 장덕수씨 부인) 김영의씨(전문학교 음악과 3회 졸·현 재단 상무 이사) 등도 처녀 때 한창 일하다가 나이가 들어 늦게야 결혼한 분들이다.
특히 김영의씨는 부산 피란 시절인 1951년 43세의 나이로, 상처한 신성모씨(전 국방장관)와 결혼했다.
나 자신도 일흔 살이 되도록 결혼을 하지 않고 지내오고 있지만 지금도 결혼 안 한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결혼하지 않은 것을 자랑으로 여긴 시대이기도 했다. 『결혼은 보람있는 일을 해 놓은 뒤에 천천히 해도 된다』는 선교사들의 강렬한 영향을 받은 데다가 당시 신여성의 교육과 계몽에 평생을 몸바치겠다는 신념이 앞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초기의 선교사들은 한국 여성의 조혼을 몹시 못마땅해 왔다. 7, 8세에 입학해서 10년 정도를 학교 생활에 보내다 보면 그때로는 과년한 처녀가 되어 여기 저기서 혼처가 나서기 마련인데 이화에서는 결혼에 대한 간섭이 비교적 심한 편이었다. 선교사들은 공부를 한 사람은 으례 사회에 나가 일꾼이 되어야 한다는 관념을 깊이 넣어 주었는데 누가 결혼을 하겠다고 인사를 하면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곤 했다.
그들은 결혼 상대자의 신앙 종류·가정 환경 등을 꼬치꼬치 캐묻고 결혼 뒤에도 일을 계속 할 수 있는지 여부를 중요시했으나 나의 기억으로는 이들이 말린다해서 예정된 결혼을 연기하거나 포기한 예는 별로 없었던 것 같았다.
특히 김활란 박사는 선교사들의 영향으로 결혼할 생각을 아예 갖지 않았던 분의 상징이었다.
나의 학창 시절에는 이상적인 배우자를 그려본다든가, 남성에 대한 화제를 끄집어내면 그 사람을 타락한 사람으로 낙인찍는 풍조가 있었고 결혼이라는 것은 일할 능력이 없거나, 머리가 나쁘거나 또는 인기가 없는 사람들이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마저 있었다.
이 같은 생각은 30년대까지도 계속 되었으며 이화의 경우는 이를 오히려 자랑으로 여기는 경향마저 있었다.
30년대까지의 이화 학생의 희망과 이상은 『나도 독신 생활을 해서 김활란 선생 같이 되겠다』는 학생이 많았다.
김 선배 보다 나이는 한 살 아래지만 대학과는 4년 후배였던 나의 꿈도 김 선배 같이 활달한 활동을 하는 것이었지만 결혼을 하지 않고 학당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일도 하지 못했다.
이것은 내가 역량이 없었던 까닭도 있지만 학창시절부터 편도선이나 배앓이를 자주 하는 등 몸이 약해 시골에 다니며 활동하는 전도 사업이나 계몽 활동에 참가하지 못했다는 이유도 있었다.
대학과에 다닐 시절인 19년∼23년 사이에는 특히 몸이 약해져 수업 시간만 끝나면 기숙사에 들어가 이불을 펴놓고 드러눕는 일이 많았었다.
내가 독신으로 지내게 된 것이 고향 선배인 김활란 선생의 영향에 힘입은 바 많은 것처럼 현 이대 김옥길 총장·김옥자·윤정자 교수 같은 분들도 모두 김 선생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활란 선배의 활동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주로 그 당시 북선 땅을 돌아다니며 전도 행각을 하던 「7인 전도대」시절이다.
1920년 당시 대학 예과 및 고등과 선생이었던 김 선배가 대장인 이 전도대는 홍「에스터」김보린 김합라 윤성덕 김애식 김신도 등 대학과 학생으로 구성,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개성 평양 강서 영변 선천 의주 등 북선 지방을 돌아다니며 노래·기도·강연의 순으로 전도 활동을 폈다.
당시 김 선배의 힘찬 연설은 복음 전파와 함께 민족의 각성을 촉구하는 대목이 많아 가는 곳마다 화제가 되어 수천명의 군중이 모였고 5백여명의 신자를 얻었다.
수천명의 군중이 모이자 일본 경찰은 독립 사상을 고취하러 다닌다는 구실로 「아펜셀러」교장에게 중단시키기라는 압력을 넣어 평남 안주에서 되돌아와 그 해한 해만에 활동이 끊겼다.<계속>계속>독신의>
(6)신여성 교육(6)|서은숙<제자는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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