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영구치 빠졌을 땐 …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41호 18면

얼마 전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이 손에 치아를 들고 병원에 왔다. 학교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가 공에 얼굴을 맞았는데 아래쪽 어금니가 흔들거리더니 툭 빠졌다고 했다. 상태를 살펴보니 영구치였는데 잇몸에서 빠진 지 시간이 오래됐다. 치아를 살려 다시 사용하기 어려워 결국 부모와 상의한 끝에 임플란트 시술을 받기로 했다.

선데이 클리닉

임플란트라고 하면 나이가 많은 노인에게만 해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요즘엔 청소년도 임플란트 시술을 많이 한다. 대부분 화장실에서 앞으로 미끄러져 넘어지거나 체육활동을 하다 단단한 물체에 부딪쳐 치아가 부러져서다. 심하게 주먹다짐을 하다가 빠지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땐 가능한 한 빨리 치과병원을 찾아 빠진 치아를 되살리는 것이 좋다. 늦어도 빠진 지 30분 이내에 치과에 도착해야 치아 생착이 가능하다. 한 시간이 넘으면 생착을 해도 성공률이 10% 정도로 떨어진다.

치아는 수돗물로 씻지 않고 바로 생리식염수나 우유에 넣어 보관해 이동해야 치아 주위 조직을 보존해 생착 가능성을 높인다. 급하면 치아를 혓바닥 아래에 물고 이동해도 괜찮다.

치료 시기를 놓쳤다면 빠진 치아를 대체하는 보철 치료를 받아야 한다. 대부분 임플란트 시술을 권한다. 기존 치료와 달리 다른 치아는 건드리지 않고 해당 부위만 치료한다. 한 번 시술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비용도 경제적이다. 특히 청소년들은 고령층보다 잇몸 상태가 좋아 시술 결과도 뛰어나다.

치아가 빠진 상태로 방치하면 어떻게 될까. 당장 겉으로는 변한 게 없어 보인다. 일상생활도 씹는 게 다소 불편한 것 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다. 변화는 천천히 시작된다. 치아 위·아래 균형이 깨지면서 치아 배열이 어긋난다. 윗니가 빠졌다면 아랫니가 빈 공간으로 올라온다. 반대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치아 배열도 삐뚤어진다. 치아가 서로서로를 지탱하지 못하면서다. 구강이 전체적으로 앞쪽으로 돌출된다. 얼굴 대칭이 망가지면서 인상도 화난 것처럼 변한다.

잇몸 노화도 빨리 시작된다. 치아가 빠진 곳부터 시작해 그 주변부로 퍼진다. 잇몸뼈는 한 번 녹아 없어지면 다시 생기지 않는다. 잇몸뼈가 줄면 잇몸도 약해진다. 작은 충격에도 치아를 제대로 붙잡지 못하고 흔들거린다. 청소년기에도 임플란트가 필요한 이유다. 임플란트는 빠진 치아를 대신해 잇몸뼈가 없어지는 것을 막는다.

임플란트 시술은 치아 성장기가 끝난 다음에 하는 것이 좋다. 성장기에 성급하게 하면 임플란트와 치아의 균형이 깨져 임플란트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

영구치가 난 다음에도 치아·잇몸·턱이 자란다. 임플란트 시술을 너무 빨리 받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임플란트와 치아 크기가 맞지 않아 제대로 음식을 씹지 못한다. 개인별로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여학생은 14~15세, 남학생은 17~19세까지다.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치아 성장기가 길다.

임플란트 사후 관리도 중요하다. 치아는 자신이 스스로 어떻게 관리했는지에 따라 상태가 변한다. 임플란트를 시술한 부위엔 다른 치아보다 음식물이 잘 낀다. 그만큼 충치나 잇몸질환에 취약하다. 칫솔질을 철저히 해야 한다. 정기 검진도 지속적으로 받는다. 임플란트 시술 직후에는 1, 3, 6, 12개월마다 치과를 방문한다. 이후에는 1년에 한 번씩 스케일링을 받고 X선을 찍어 임플란트 상태를 확인한다.



권긍록(51) 경희대 치과병원 연구부장. 국제임플란트학회(ICOI) 코리아 회장. 저서 『무치악환자를 위한 보철치료』 등.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