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의 시인 「외르크·데무스」|중앙일보사 초청 내한 연주 붙여|신수정 피아니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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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외르크·데무스」그는「굴다」나「브렌들」「클린」등과 함께「오스트리아」가 자랑하는 젊은「피아니스트」로 세계정상의 연주가들이 다투어 드나드는「비」의 무대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있어 그곳에서 공부하는 동안 나는 자주 그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었다. 그 중에서도 1965년 가을「무직·페라인」의 고풍스러운「홀」의 「샹들리에」불빛 아래서 들은「슈베르트」「슈만」외 환상곡들은 박력과 낭만과 시정이 넘쳐흘러 이름그대로 청중을 환상의 세계로 끌고 간 명연으로 깊은 감명을 남겨주었다.
그의 연주는 이성적이라기보다 정적이고 다분히 즉흥성을 띠고있어 젊은 시절의「켐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부드러우면서도 풍부한 음색, 섬세하고 우아한「빈」의 독특한 매력이 그의 음악의 특성을 이루고있으며 그의 기교는 화려하지만 어디까지나 표현의 수단이지 그것이 곧 음악의 목적이 되지 않는다.「바하」의 고전에서부터「드뷔시」등에 이르기까지 폭넓은「레퍼터리」를 가진「솔리스트」로 활약하는 외에도 그는『겨울나그네』『시인의 사랑』등「레코드」를 통해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피셔·디스카우」의 물셀 틈 없는 연주자로서도 알려져 있다. 그뿐 아니라 또 동료「바두라·스코다」와의「피아노」2중주, 실내악 연주 등 다채로운 활동으로 세계악단에서 확고한 명성을 굳히고 있는 그는 1928년「빈」에서 멀지 않은 작은 도시「상트필텐」에서 출생, 여섯 살 때부터「피아노」를 배웠고 명문「빈·아카데미」를 거처「기제킹」「에드빈·피셔」「켐프」등의 거장에게 사사했으며 1956년에는「부조니」국제 「피아노·콩쿠르」에서 대상의 영예를 차지했었다.
그의 인상은 따뜻하고 꾸밈이 없어 무대 위에서도 거만하지 않고 단지 작품이 지닌 아름다움을, 그것이 주는 기쁨을 함께 나누려고 하는 친근감 같은 것을 느낄 뿐이다. 이제 장년이 되어 한 예술가로서 원숙한 경지에 접어든 그가 처음 서울을 찾는다.「베토벤」의「에로이카」변주곡,「수베르트] 의 인흥곡,「슈만」의 환상곡 등 모두 귀에 익은 그의 득의의「레퍼터리」를 다시 듣는 기쁨과 반가움 사이로 새삼「빈」에의 그리움이 머리를 쳐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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