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왕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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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프란츠·카프카」는 결핵으로 죽었다. 죽는 날까지 그는 자기 병이 전염될 것을 늘 두려워하고 있었다.
임종이 다가온 「카프카」는 자기를 부축하고 있는 친구가 자기 누이동생으로 착각했다.
『이봐 「에리」야. 그렇게 가까이 오면 안돼. 가까이 오면…』 하고 「카프카」는 나무랐다. 이게 그의 마지막 유언이었다.
폐를 앓다 죽은 예술가들이 특히 낭만주의 시대에는 왠지 많았다.「셸리」,「키츠」,「 쇼팽」….
이 시대의 소설의 주인공들 중에도 폐를 앓는 환자들이 많았다.
가장 대표적인 게 아마 「뒤마」의「춘희」일 것이다. 문화병이라고 하는 폐병이 풍기는 묘한 감상성이 작가들의 구매에 맞았던 때문도 있지만, 그 당시에는 그만큼 폐병이 흔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춘희는 절세의 가인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그녀에게 더욱 마음이 쓸리게 만들려면 불치의 병이 필요했다. 죽어 가는 미인의 아름다움처럼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가 결핵을 문화병이라고 말했는지는 모르지만 이 병처럼 무서운 병도 그리 흔치 않고, 오늘날의 문명국가치고서 이병의 만연처럼 창피스러운 것은 없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결핵은 사망원인의 수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것이 현재는 국민생활의 향상, 결핵예방 의학의 급속한 발달, 결핵 대책의 보급 등으로 4,5 위 정도로 떨어졌다.
전문가는 『결핵은 생활수준과 문화수준에 역 비례 하는 질환』이라고 보고 있다. 65년도에 이 병의 전체 인구 속에서의 이환 율이 5.1%이던 것이 올해에는 4.1%로 감퇴 된 것은 그러니까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1964년부터 70년까지의 결핵인구가 미국 50만, 일본 70만,「싱가포르」2백50만 명인데 비해 우리 나라는 4백만 명이 넘는다는 것은 아직도 우리가 문자 그대로 결핵 왕국이라는 창피스러운「타이틀」보유자임을 말해준다.
해마다 결핵 사망 율도 줄어든다지만 그래도 2만 명씩 죽어가고 있다. 새 환자도 해마다 13만 명씩 발생하고 있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노년층환자가 오히려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결핵이 아직도 끔찍한 병임에는 틀림없는 것이다. 이런 결핵을 위한 예산이 연간 10억 정도. 일본이나 미국이 인구 당 4「달러」인데 비해 우리 나라는 10「센트」밖에 안 되는 셈이다. 항례의 결핵 주간행사가 시작 됐다. 결핵 예방에 대한 한층 깊은 이해가 아 쉬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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