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4)벽지의 무상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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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남보다 돈이 많이 더 잘 살라는 법은 있어도 남보다 가난해서 교육을 덜 받으라는 법은 없다는 것이 근대의 교육정신이며 특히 의무교육의 정신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살고 있는 집이야 저택과 움집의 차는 있을망정 학교 다니는 일에서는 차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정신이다.
왜냐하면, 기본적인 교육을 받을 권리는 인권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섬과 벽지초등학교 아이들에게 교과서와 급식을 무상으로 한다는 계획이 섰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반가운 소식이면서도, 어떤 사람은 이것을 특히 가난한 아이들을 도와주는 자비로운 특별한 대책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상교육의 본래의 뜻은 가난하니까 도와준다는 소극적인 구호가 아니라, 국가가 교육비를 전담한다는 적극적인 정책에 있다. 또 섬과 벽지 아이들도 자기들이 특별히 가난하니까 구호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기분이 좋지는 앉을 것이다. 도리어 이번 벽지와 섬의 초등학교 아동에 대한 무상교육의 계획은 그들이 가난해서가 아니라 언젠가는 전국적으로 실시되어야 할 무상교육의 시발점이라고 생각되어야 하며, 또 그런 전망을 가지고 계획되어 있는 것이기를 바란다.
헌법 16조에『모든 국민은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적어도 초등교육은 의무적이며 무상으로 한다』라고 20여 년 전에 약속했는데, 아직도 이 약속을 실현 못하고 있다.
섬과 벽지에 한정된 것이나마 그 무장교육의 계획은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그 반가움 뒤에는 언제 전국적으로 그것이 보급될 것인가를 기다리는 아쉬움이 있고, 또 교육재정의 지속되는 빈 한 상은 보다 근본적으로 언제나 해결되려나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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