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살이 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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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어느덧 11월의 문턱을 지나 제법 쌀쌀한 날씨가 계속, 시민들의 겨우살이 걱정을 더해주고 있다. 농림부의 돌연한 쌀값 통제해제와 때를 같이 하여 쌀값은 안정세를 잃고 계속 치솟고 있으며 김장철이 가까워 졌으나 김장감마저 흉작이라고 전해져 주부들은 수미를 못 펴고 있는 형편이다. 그밖에도 이미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한 월동용 땔감 걱정은 말할 것도 없고, 겨울마다 허다한 희생자를 내게 했던 연탄 개스 중독과 화재의 위험에 대한 대비 등 겨우살이 걱정은 스산하기만 하다.
이와 같은 상황하에 연말물가에 대한 서민의 걱정을 털어 주는 대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쌀값이 치솟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물려 지수에서 차지하는 가중치는 도매 10·5%, 서울 소매 자 13·9%이므로 정부매입정격기준으로만 계산한다면 도매물가 3·6%, 서울소비자 4·9%가 각각 오른다는 결과가 되어 그 자체는 그다지 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김장값은 작년에 비해 50% 수준이나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연탄 값 인상, 버스·택시 료 인상, 그리고 수업료·입학금 인상 등으로 소비자의 가계지출이 크게 압박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된 것만은 사실이다. 이러한 일련의 생계비 압박요인을 고려할 때 당국은 시민 겨우살이 원호 책에 가일층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하겠음을 우선 강조하고자 한다.
다만 여기서 오히려 중요시해야 할 것은 쌀의 정부매상가격인상이 국민생활에 미치는 가계상의 측면보다는 오히려 심리적 자극을 주는 측면이 크다는 점이라 하겠으며, 당국으로서는 인상된 쌀값 수준에서 연간 안정시킬 수 있는 충분한 준비를 해서 심리적 요인이 현재 화 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양의 매입으로 가격조작을 위한 물량을 확보한다는 것이 더 중요함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줄로 안다.
김장걱정도 대단하다. 늦은 장마로 인하여 무 우·배추 등이 모두 흉작이요, 고추·마늘·소금 등 조미료 값도 오르고만 있다. 농림부는 채소 흉작을 커버하기 위하여 김장을 한달 분 적게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한다. 이것이야말로 고소를 자아내게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연탄과 석유 등 겨우살이를 위한 땔감대책도 만전한가를 다시 한번 체크해두지 않을 수 없다. 연탄은 죽음의 개스를 내는 원흉이기에 현재 서울에서 개최 중에 있는 연료현대화전시회에서도 가장 많은 관심이 쏠려있음이 분명하나, 올해 역시 시민의 철저한 조심 없이는 그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보증은 없는 것이다.
당국은 올 겨울 연료문제는 걱정할 것이 없다고 장담하고 있으나, 추운 겨울철에 연탄·석유 등 땔감의 품귀현상이나 가격파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당국자는 다시 한번 만반의 대책을 강구해 주기 바란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시민들 자신의 조심성과 슬기로운 생활의 지혜라고도 할 수 있다. 미리미리 아궁이며 구들을 손질하여 행여나 연탄 개스가 새어들지 않도록 예방책을 강구해야함은 물론이요, 화기단속을 철저히 하여 불시에 화 마의 재앙을 당해 우는 일이 없도록 슬기로운 생활태도를 익혀 나가야 할 것이다.
또 수도와 전기사정은 어떻게 될 것인가. 동 파 사고가 나서 겨울철에 물이 나오지 않는 경우를 대비한 보호대책은 되어 있는지도 점검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전기사정은 좀 좋아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저기압지대가 많고 단전상태도 잦다. 겨울철 얼음길이며 눈길의 하수도시설은 어떻게 되었으며 교통대책은 만전한지 궁금하기만 하다.
겨울철의 물가고와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고, 국민들도 매점매석 행위 등을 물가상승을 억제하고 건전한 소비풍토를 조성하는데 협조하여야 할 것이다. 사용 주들은 근로자의 겨우살이를 돕기 위하여 상당한 상여금을 지불하는 도량을 발휘해 주어야 할 것이요, 정부도 공무원의 겨우살이 걱정을 해주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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