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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 올림픽을 반기는 두 가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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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김현기
도쿄 총국장

지난 8일 새벽 2020년 올림픽 유치 도시로 도쿄가 결정되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자리에서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문제는 통제돼 있다” “0.3㎢ 항만 내에서 오염수 영향이 완전 차단(block)돼 있다”고 한 발언의 사기성을 떠나서 말이다.

 첫째, 못사는 이웃 나라보다는 잘사는 이웃 나라, 잘 되는 이웃 나라가 있는 게 낫다. 모든 외교의 기본은 실익이다. 도쿄 올림픽으로 인해 이웃 나라 한국이 조금이라도 득을 본다면 아무리 배 아파도 만세를 불러야 맞다. 이명박 정권 막판부터 이어진 실익 없는 대일 외교로 한국 국민의 ‘통쾌 지수’는 확 올라갔을지 모르나 ‘경제 지수’는 형편없이 떨어져 더욱 그렇다. 올 상반기 한국의 대일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 줄었지만, 일본의 한국 수출은 12% 늘었다.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 수는 26% 감소했는데, 일본을 찾는 한국인은 오히려 38% 증가했다. 단순히 엔저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은 겉으론 ‘반일’을 외치면서 뒤론 일본을 즐기지만 일본의 저류(底流)는 다르다. ‘반한’을 목청 높여 외치진 않지만 티 안 나게 행동으로 옮긴다. 그게 드러나고 있는 게다.

 중국을 보자. 겉으로는 일본에 원수처럼 으르렁거리지만 멈출 곳에서 딱 멈춘다. 그리고 실속을 챙긴다. 중국의 각종 대일 경제지표는 한국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일본을 궁지로 몰아세워 어떻게 하면 KO 펀치 한 방을 날릴까만 생각하지 말고 중국의 이중, 삼중 플레이를 배워야 하는 이유다.

 또 다른 이유. 지난 6일 오전 한국 정부는 후쿠시마현 등 8개 현에서 나오는 모든 수산물의 수입과 국내 유통을 ‘9일’부터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먼저 바다 없는 내륙이라 한국에의 수산물 수출 실적이 ‘0’인 군마·도치기현이 포함되다니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또 올림픽 개최 도시 확정 불과 40여 시간 전에 서둘러 발표한 것도 문제다. 만일 도쿄가 떨어졌다면 한국은 모든 덤터기를 뒤집어 썼을지 모른다. 개최 도시가 되고도 한국에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운운하는 판이니 말이다.

 추석 대목을 앞둔 우리 상인들의 불안감, 정홍원 총리의 ‘후쿠시마 괴담 유포자 처벌’ 발언 역풍을 서둘러 잠재우려 한 측면은 이해한다. 원인도 일본이 제공했다. 하지만 어차피 9일부터 수입금지를 실시할 것이면 올림픽 개최 도시 결과를 지켜본 뒤 8일 오전이나 오후 발표했어도 전혀 문제가 없었을 게다.

 독일의 문화사상가 아비 바르부르크는 “악마는 ‘디테일(detail·세밀한 것)’에 있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 말을 즐겨 쓴다. 큰 방향을 제대로 잡고도 작은 허점으로 인해 일을 그르치거나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한·일 관계의 방향 설정조차 지지부진한 판에 디테일 실수를 거듭하는 게 보기 안타깝다.

김현기 도쿄 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