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클리닉] 소나무는 휘어야 멋이라지만 …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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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용 소나무는 이리저리 휘어져 있어야 가치를 인정받는다. 하지만 가구 등 재목으로 사용할 것은 곧게 자라 위로 뻗어야 한다.

 남성의 음경도 소변 배출, 성관계 등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려면 곧게 뻗어야 한다. 특히 성관계에선 음경의 크기나 굵기보다 휘어진 정도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20대 후반의 A씨가 성관계가 힘들다며 찾아왔다. 음경을 발기시켜보니 위를 향해 많이 휘어졌다. 귀두가 배꼽 바로 앞에 닿을 정도다. 성관계를 가지려 해도 음경이 너무 배 위로 올라 붙어 힘든 상태였다.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선천적인 이유였다. 휘어진 음경을 제자리로 돌리는 수술을 했다.

 40대 후반 B씨는 어느 날 발기한 음경이 평소와 달리 휘어진 것을 발견하고 병원을 찾았다. 통증도 있었다. 앞으로 곧게 뻗어야 할 음경이 오른쪽으로 구부러져 있었다. 아내와 부부관계는 가질 수 있었지만 둘 다 많이 불편했다.

 B씨에게 약물을 사용해 인위적으로 발기를 시켜보니 음경이 ‘ㄱ’자 모양으로 휘어졌다. 다행히 증상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통증을 완화하고 병의 진행을 막기 위해 약물을 투여했다.

 남성의 음경이 특정 방향으로 휘어지면 어떻게 될까. 음경이 휘어지는 병을 ‘음경만곡증’이라고 한다. 이 병은 1561년 처음 기록됐다. 활처럼 위나 밑으로 휘어 있거나, 낫처럼 좌우 직각으로 휜 경우도 있다.

 남성 음경 내부는 스펀지 같은 해면체로 차 있다. 이 해면체를 둘러싸고 있는 게 백막이다. 백막의 두께는 1.5~3㎜에 불과하다. 여기에 혈액이 유입되면서 발기가 된다.

 하지만 백막의 일부가 두꺼워지면서 신축성이 떨어지면 음경만곡증이 생긴다. 발기 시 신축성이 부족한 쪽으로 음경이 휜다. 증상이 심하면 음경이 90도로 휘어지기도 한다. 음경 내부에 딱딱한 혹이 만져지기도 한다.

 음경만곡증이 있으면 발기할 때마다 통증을 느낀다. 휘어지는 각도도 점차 커진다. 일부 음경만곡증은 통증 없이 갑자기 모양이 휘기도 한다.

 백막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염증 때문이다. 염증이 있으면 통증이 지속되고 성기능에 영향을 준다. 일부 환자는 수면 중 발기했을 때 나타나는 통증이 심해 잠을 설친다. 음경 둘레가 돌아가면서 줄어들어 마치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간 모래시계처럼 된 환자도 있다.

 음경만곡증 치료는 우선 진통소염제를 사용해 통증을 완화시킨다. 휘어진 음경은 모양과 정도에 따라 수술로 바로잡는다. 염증 때문에 신축성이 떨어진 백막의 길이를 조절해 음경의 균형을 잡는다. 음경 안쪽에 딱딱한 혹이 만져지면 이를 제거하고 새로운 조직을 이식한다.

 음경이 휘어지고 구부러지면 다른 질병이 동반될 수 있다. 어린 나이에 음경만곡증이 있으면 소변이 나오는 요도의 입구가 귀두 끝에 오지 못하는 요도하열이 발생한다. 소변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성인은 발기부전이 나타날 수 있다.

 중년 남성이 음경에 통증을 느끼면 음경만곡증일 수 있다. 비뇨기과 전문의에게 검진을 받아보는 게 바람직하다.



이윤수(55) 한국성과학연구소 소장. 열린의사회 회장 역임. 한국판 킨제이 보고서인 ‘한국인의 성의식 및 성생활에 관한 보고서’ 등을 발표. 저서로는 『오늘도 나는 완전한 성을 꿈꾼다』 등이 있다.

이윤수조성완 비뇨기과 원장 이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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