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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허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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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7대 국회는 23일로써 마지막 국정감사를 끝냈다. 개원이래 잦은 정치적 파동 때문에 임기 4년 중 처음으로 제구실을 한 감사였다. 그러나 선거가 다가있기 때문인지 여당과 야당의 자세에 거리가 있었지만 그런대로 많은 문제가 제기되었다.
감사를 받는 쪽에서는 될수록 간략히 끝나, 문제가 추려지기를 바라지 않고 국회의원, 특히 야당의원들은 비정을 모조리 파내려 든다. 이런 공방의 추세에서 수감기관에선 「브리핑」을 오래 해 시간을 소모하거나 턱없이 비공개감사를 요청한다.
내무위와 상공위의 부산시 감사에선 「브리핑」을 두 시간이나 끌다가 『이러면 하루 더한다』 『빨리 끝내라』는 성화를 받았다.
국방위의 병무청 감사에선 병무청 측이 군대흉내를 내느라고 비공개 감사를 요청했다가 민병권 위원장으로부터 『병무행정이 무슨 비밀이냐』는 호통만 당했다.
여·야 의원들이 보조를 맞추는 감사도 간혹 있기는 하지만 도끼질은 거의 야당이 도맡는다. 야당의 공세가 심할 경우에는 여당의원이 가로막고 나서기도 했다.
고속도로에 대해서 『정부는 3만 8천㎞의 국도를 방치해둔 채 1천㎞의 고속도로에만 정성을 쏟고있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여당 측은 『공격하기 위한 공격』이라고 응수, 삿대질이 오갔는가 하면 내무위의 서울시 감사에서도 신민당이 『당·정 협의회를 해체하라』고 양 시장에게 육박하자 공화당의 유범수 의원은 『양 시장은 공화당정부가 임명한 사람이므로 공화당을 돕는 것은 마땅한 일』이라고 이를 감싸기도 했다.
○…국정 전반의 감사에서 특히 경제부문에서 큰 문제들이 들추어진다. 제시를 요구하는 자료도 많고 그 자료에서 나라살림의 새 구석이 드러나기도 한다.
금융정책에 있어 시은의 지준 부족, 이를 커버하기 위한 국책은행의 콜·론, 거액의 편중융자, 시은의 결손과 한은의 순익 이상격증 등 해마다 제기되는 문제가 똑같이 들춰졌다.
콜·론의 경우 중소기업은행이 연간 32억원, 국민은행이 월 30억원인데 당국자는 여유자금이 있어 시은에 대출했다했고 의원들은 중소기업이나 서민금융은 하지 않고 딴일만 했다고 나무랐다. 『편중융자는 중소기업 도산의 원인이 된다』는 감사반의 진단에 대해 재무부는 『10억원 이상 대출의 연체를 올해 안으로 정리 회수하겠다』는 처방을 내놓았으나 그대로 시약될지는 두고볼 일.
70여억원으로 예상되는 관세 결함과 이에 따른 내국세 초과 및 조기징수 여부는 여야가 다같이 관심을 나타냈다.
재무부는 『초과징수나 조기징수는 않겠다』고 했으나 야당 측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 조기징수를 예사로 하고있으며 관세 결함을 메우기 위해 초과징수는 안 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의 이만섭 의원도 『관세 결함의 보전을 위해 초과징수 같은 걸 계획해서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짜서는 안될 것』이라고 건의했다.
○…이번 감사의 수훈은 국영기업체의 부실·난맥을 파헤친 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신민당의원들은 한전을 복마전, 석공을 문닫아야 할 공사라고 지적하면서 『산더미처럼 빚을 짊어지고 있으면서 부정까지 범람하고 있는데 근본대책은 무엇인가』를 따졌다.
한전은 자본금이 6백 36억원인데 부채는 1천 3백 35억원, 석공은 실질자본금이 30억 2천만원인데 부채액은 1백 29억 6천만원, 호비는 수권자본이 35억원인데 부채액이 55억원이나 된다는 것.
한전의 부정은 한전 부산 지점, 한전, 상공부 감사에서 되풀이 추궁됐다. 야당의원들은 ⓛ68년 부산 서면의 전차 차고 대지 평당 20만원상당의 1천 9백 50평을 평당 1만원씩 수의계약으로 매각한 것 ②연간 13억원의 한전 자재납품 가운데 13%의 불용품을 사들여 연1억 3천만원 이상씩의 국고손실을 가져온 것 ③팔당댐 건설에 있어 교각막이를 두차례에 걸쳐 건설, 2천만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업자에게 주었다고 주장했다.
농어촌개발공사의 부실 운영도 심각한 문젯점으로 제기됐다.
23개 자회사를 갖고 있는 농개공은 69년도에 총 3억 2천만원의 운영적자를 보았는데 한국 산토리의 경우, 자본금 6천만원에 부채가 5천 9백만원, 동신산업은 4천만원의 자본금에 부채 3천 9백만원으로 사실상 파산상태고 한국냉장은 3천 8백만원, 영동축산은 2천 9백만원, 양돈 센터는 4천만원의 적자운영.
감사반은 농개공을 해체하여 소관업무는 농협이나 민간에 넘기라고 했지만, 방문흠 총재는 『자본금 부족에 원인이 있다』면서 융자를 요청했다..
○…감사에서 제기된 당정협의회와 경제시책의 문젯점은 예산심의에서 재론되고 여야의 선거쟁점이 될 것이다. 국회는 내달 중에 감사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인데 야당은 문제된 것은 모두 시정토록 건의한다는 방침이어서 야당 측 주장의 대부분을 소수의견으로 보고서에 붙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내무위의 지방감사 중 수감기관도 잘못을 시인했고 여야의원 모두가 어이없어 한 것은 잦은 추경 예산 편성과 기본운영계획의 변경이다.
작년 한해에 경남도와 경북도는 각각 10번, 부산시는 8차례 추경예산을 편성했다. 특히 경남은 마지막 추경을 연도 말인 12월 29일에 편성한 사실이 드러났는데 이런 불합리는 근본적으로 시정돼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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