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국방백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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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 방위청은 20일 처음으로 「국방백서」를 발표했다. 일본은 벌써 10년 전부터 그들의 방위문제를 종합적인 백서 형식으로 공표 할 생각이었으나, 야당과 일부 세론의 거센 반발을 염려하여 그 동안 삼가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던 차에 일본이 이번에 이 모든 반발요소들을 무릅쓰고 과감하게 발표하게 된 용기는 매우 주목할 만한 것이 있다 할 것이다.
그것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일본의 현 자민당 정부가 이룩해 놓은 그 동안의 경제성장과 사회안정을 바탕으로 장차 일본이 담당해야할 자체방위 능력의 성격과 그 범위 등을 명백히 밝혀 자국민은 물론 세계 여러나라의 이해와 협조를 촉진하는 것이 불가피한 당면과제로 「클로즈·업」되지 않을 수 없는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공표된 일본 국방백서는 전문 3장 89「페이지」의 비교적 간결한 문서라고는 하나 변동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전망과 관련하여 우리를 포함한 많은 주변국가 및 세계 열강들의 심대한 관심을 끌기에 족한 것이다.
먼저 동 백서의 골자를 간추려 보면, ①일본은 절대로 해외에 파병하지 않을 것이며 일본자위병력을 다시는 인접국을 위협하는 지위에 두지 않을 것이다 ②특히 타국에 위협을 줄 장거리 폭격기·ICBM·항모 등을 보유하지 않겠다. ③핵무기의 제조·보유·도입을 금하는 비핵 3원칙을 고수하겠다 ④자주방위의 강조 ⑤미·일 안보체제의 지속 ⑥비동맹 중립의 부정 등으로 되어 있으며, 이러한 다짐들은 그 모두가 우리의 입장에서도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해도 좋을듯하다.
그 세부적인 언급을 검토할 때에도 우리의 입장에서 특별히 이의를 제기해야할 항목은 드물다 할 것이며, 그들이 분석하고 있는 오늘의 세계정세라든지, 전략기본구상, 그리고 방위력 강화의 기본 방향 책은 부당한 것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 백서가 안보문제를 다루는 기본자세에 있어, 이른바 회색적인 중립을 단연 거부하고 계속적인 미·일 안보체제의 중요성을 역설 중공과 북괴의 경화자세를 지적하면서 일본에 대한 간접침략의 가능성이 증대되고 있음을 표명한 것 등은 특히 우리의 공감을 살만한 것이라고 하겠다.
또한 동 백서는 일본이 앞으로 군국주의로 되돌아갈 의도가 전혀 없으며 일본에서 군국주의가 부상하고 있다는 일부국가(중공·북괴 등)의 비난에 대해서는 이를 완전히 근거 없는 중상이라고 못박고 있는 점등은 구 일본제국주의의 직접적인 시달림을 받아오던 인접국가 국민들 사이에 의심할 여지없이 싹트기 시작했던 일말의 불안을 불식하는데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국방백서의 발표와 더불어 일본이 빠른 시일 안에 그들의 방대한 경제력을 배경으로 하여 인접 제 국가들에 비하면 월등히 우세한 자체방위력을 보유하게 될 것만은 틀림없는 일이라 하겠으며, 그럼으로써 결과적으로 일본의 군사력이 미구에 또 다시 극동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다시 위협적인 존재가 될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도 또한 충분히 내다볼 수 있는 일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우려 섞인 전망은 현행 「닉슨」행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정책의 전개와 함께 이 지역 방위의 중심 핵이 급격하게 종래의 미국으로부터 새로운 힘을 갖춘 일본으로 이행되는 도중에 있음을 상기할 때 더욱 주목을 요하는 점일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무엇보다 일본의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있어서의 영속적인 평화와 발전을 도모하는 진정한 「파트너쉽」을 발휘해 줄 것을 강력히 바라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일본은 「아시아」 방위에 있어 자국의 국가이익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 「아시아」의 공동방위와 공동번영을 위해 좀더 희생적인 기여를 해주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만일 앞으로도 일본이 지금까지와 같이 자국의 이익추구에만 골몰할 때 이제 그들은 깨어난 「아시아」·태평양지역 주민들로부터 버림을 받게 되고야 말 것이며, 「이커노믹·애니멀」 또는 『일본 군국주의 부활』운운의 말 가운데 포함된 일본 및 일본국민에 대한 전「아시아」 태평양지역 국가 국민들의 불신을 영원히 불식될 날이 없을 것임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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