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설성시 뉴요크 42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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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뉴요크시의 브로드웨이를 가운데쯤에서 가로지르면서 타임스·스퀘어의 동서로 뻗은 42번가는 한때 우아한 연예가로 유명했던 거리.
그러나 오늘 이 거리는 춘화와 음서, 창녀와 매음, 소매치기와 야바우꾼 등으로 득실거리는 미국 안에서 어쩌면 가장 조잡한 거리로 전락해 버렸다.
길 양편에 늘어선 극장에서는 X급영화(18세 이하의 입장 불가한 섹스물)가 하루 20시간연속 상영되고 있으며 곳곳에 산재한 구멍가게 같은 춘화판매점의 뒤편에는 25센트만 넣으면 5분 동안의 음화가 자동적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는 피프·쇼(엿보기)가 촌뜨기 고객을 기다린다. 최근에는 음향효과까지 넣은 영화가 보급되어 관광객들에게 또 하나의 뉴요크 명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한편에는 1달러만 주면 팬티 하나만 걸친 3, 4명의 미녀들이 춤추는 무대 바로 아래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있다.
브로드웨이에 비해 보다 과감한 실험극장을 제공하는 오프·브로드웨이가 있듯이 42번가에는 보다 과감한 섹스물을 전시하는 곳이 24번가에 있다.
클럽·오지에서는 성행위가 포함된 누드·쇼를 보여주고 있는데 남녀교접의 궁극적 장면 노출을 금하는 뉴요크 주법의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의 노출을 아슬아슬하게 보여주는 이 쇼는 시작된지 14주가 되는 동안 14번이나 경찰의 습격을 받았다. 그러나 그때마다 저촉되는 부분만 조금씩 변형시켜서 이 쇼는 지금까지 만원 사례 중.
타임스·스퀘어 근처에는 또 밤이면 꽃 파는 아가씨들이 여기저기 떼를 지어 서있다. 이들의 본업은 소매치기 한 아가씨가 관광온 시골 신사나 외국인의 옷깃을 붙잡고 교태를 부리며 꽃을 사라고 떠들어대는 동안 다른 아가씨는 옆으로 접근해서 신사의 주머니를 뒤진다.
그리고 이 근처의 상점은 거의 모두가 『염가대매출』, 『파격적 봉사 가격』, 『점포정리 매출』의 표지를 내걸고 있다. 걸려들면 바가지 쓰기 마련.
뉴요크시의 번화가가 갖는 이런 갖가지 면모 때문에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뉴요크가 미국을 대표하는 도시가 못 된다고 변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면모는 차차 미국의 딴 대도시로도 퍼지고 있다는 것. <외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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