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 문제] 불당동 오피스텔 실수요자들 혼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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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J종합건설이 분양 중인 오피스텔 견본주택. 이날 분양업체는 계약상담 방문객 출입만 허용했다.

최근 들어 천안지역 아파트 공급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한 건설사가 분양하는 대규모 오피스텔 단지가 아파트 단지와 유사해 실수요자들에게 혼동을 주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용면적과 하자보수, 부도에 따른 피해보상 등이 주거시설에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와는 차이가 있는 만큼 오피스텔의 장단점을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와 입주여부를 결정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아파트와 흡사한 대단위 단지 조성

J종합건설이 최근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에 1416실 규모의 오피스텔을 조성한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30일 오픈한 견본주택에는 투자자와 실수요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대규모 오피스텔 단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더욱이 정부가 부동산시장 정상화와 전월세 안정을 위한 대책을 발표한 이후여서 수혜단지로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각종 세제혜택, 자금지원, 소득공제 확대, 임대사업 지원 계획, 입지여건이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곳은 일반 형태의 소규모 오피스텔과는 달리 중소형 면적에 대규모 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겉으로 봐서는 주거시설에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와의 구별이 쉽지 않다. 실제 지하5층~지상 42층 10개동(1416실)이 들어서고 전용면적도 실수요층이 선호하는 84㎡다. 아산신도시에 조성된 호수공원을 볼 수 있는 조망권과 맞춤형 인테리어, 세대별 전용 창고 제공 등도 눈길을 끌고 있다.

여기에 KTX천안아산역, 아산역(전철1호선·장항선) 등 편리한 교통망과 백화점·대형할인점이 인접해 있어 입지적인 여건도 좋은 편이다.

J종합건설의 분양홍보물. 홍보물 아래 작은 글씨로 `오피스텔` 문구가 새겨져 있다.

 하지만 주거용 오피스텔임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단지와 유사한 방식이어서 상당수 실수요자들이 아파트 단지로 오인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분양업체가 만든 홍보지에는 조감도와 입지, 내부시설 및 단지 내 시설, 주변 시설현황 등이 주를 이룬다.

‘대단지’라는 부분은 크게 부각시키면서도 오피스텔이라는 문구는 한 눈에 찾아보기 힘들다. 홍보지 하단에 작은 글씨로 쓰여진 ‘천안 불당 업무시설(오피스텔)’로 표기된 것이 전부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아파트 단지로 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분양업체의 홍보전략으로 보고 있다.

견본주택 외벽에 붙은 홍보문구와 건설현장을 둘러싼 가림막에서도 오피스텔이라는 표기는 찾아보기 힘들어 소비자는 물론 견본주택과 건설현장 주변을 지나가는 시민조차 오피스텔이 아닌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있다. 김남희(가명·38)씨는 “입지여건이 좋은 곳에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소문을 듣고 모델하우스를 찾았는데 알고 보니 아파트가 아니라 오피스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아파트 단지와 똑같아 도무지 오피스텔과 아파트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가격 거품, 전용면적, 하자보수 살펴야

J종합건설이 분양하는 대규모 오피스텔 단지를 아파트 단지로 착각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지역 부동산 전문가들이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차이점과 장단점을 꼼꼼히 챙겨볼 것을 당부했다.

부동산 업계 및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파트와 오피스텔 모두 주거형태의 건물이지만 아파트는 실주거 목적인데 비해 오피스텔은 임대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에 분양하는 오피스텔의 경우 대단지로 조성되는 데다 분양면적이 실수요층까지 겨냥한 전용면적(84㎡)이어서 실주거를 목적으로 하는 소비자들도 상당수 입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같은 전용면적이라고 하더라도 아파트와 오피스텔은 엄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아파트의 전용면적 84㎡에는 발코니(베란다)와 같은 서비스 면적을 제외하고 있는 반면 오피스텔은 기본적으로 서비스 면적이 없다. 따라서 아파트와의 면적은 적게는 13㎡에서 많게는 20㎡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견본주택 외벽과 홍보지에는 ‘구25평’이라는 문구를 넣어 발코니를 포함한 아파트의 전용면적 84㎡(구32평형)와 같은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어 혼동을 주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아파트 단지와 오피스텔은 적용되는 법이 다르다는 점이다.

아파트는 공동주택으로 주택법 적용을 받지만 오피스텔은 건축법 적용을 받는 건축허가 대상이다. 이에 따라 주거용지에 짓는 아파트의 경우 부도 등의 문제 발생 시 대한주택보증이 보증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큰 피해를 입지 않는 반면 오피스텔은 부도가 날 경우 피해보상이 쉽지 않다. 게다가 건물이 지어져도 아파트는 하자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법적으로 하자보증금을 예치하거나 보험을 들도록 해 일정 기간 또는 영구적으로 보상 및 보수를 받을 수 있는 반면 오피스텔은 이에 대한 보상 및 건물보수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도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가격적인 조건도 잘 따져봐야 한다. 청약통장 없이 계약할 수 있고 전매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프리미엄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투기과열 현상으로 인한 가격 거품이 형성, 자칫 실수요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역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만 이번 주 평일 견본주택을 관람하려는 방문객 출입은 제한하고 계약 상담을 위한 방문자만 건물 외부에 줄을 서도록 해 실수요층과 투자자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려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 같다”며 “입지여건은 좋은 편이지만 서비스 면적까지 포함하면 결과적으로 아파트 전용면적 보다 좁다는 점, 부도나 하자 문제 발생 시 하자보증, 피해보상 문제, 차후에 부담해야 할 관리비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J종합건설 관계자는 “아파트 홍보자료에 아파트라고 명기한 적이 없다. 모든 소비자가 업무시설용지에 들어선다는 점을 다 알고 있다. 견본주택에도 오피스텔이라고 안내했다. 면적에 대해서는 아파트로 오해하지 않도록 59㎡라고 표기하고 싶었지만 전용면적이 84㎡이기 때문에 구25평 형태로 표기했다. 부도에 따른 조치나 하자에 따른 보수 여부 등은 홈페이지 게재된 공고문을 꼼꼼히 살펴보길 바란다. 냉난방 등 관리방식은 기술적인 부분으로 견본주택을 방문해 물어보면 답변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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