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는 욕망의 가면무도회 … 그 너머를 상상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영리했다. 올 1월 일본 최고 권위의 대중문학상인 나오키(直木)상 최연소 수상자가 된 이 작가는 독자에게 섬찟한 반전을 선사하며 그의 이름을 분명하게 각인시켰다. 취업전선에 뛰어든 대학 졸업반 친구 다섯 명의 이야기를 통해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세계의 허상을 보여준 소설 『누구』(은행나무)의 작가 아사이 료(朝井リョウ·24·사진)다. 그와 e-메일로 만났다.

 주인공 다쿠토를 포함해 구직에 나선 소설 속 인물들은 불안하고 초조하다. 면접관의 선택을 받기 위해 ‘또 다른 나’를 만들어내고 자신을 포장한다. 경쟁자로서 친구의 존재를 의식하면서도 ‘쿨’함을 가장한다. 친절과 호의 속에 속내나 본심은 오리무중이다.

 그래서 주인공 다쿠토가 ‘누구’라는 이름으로 비밀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며 걸러지지 않은 속마음을 드러내왔고, 다른 친구가 그걸 알고 있었다는 마지막 반전은 압권이다. 관찰자인 동시에 피관찰자가 될 수밖에 없는 SNS의 아이러니다.

 “책을 읽는 건 궁극의 관찰이면서 방관이죠.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장치를 만들려고 했어요. 독자가 순식간에 책 안으로 빨려 들어가게 했죠. 주인공처럼 방관자 입장에서 이야기를 즐기던 독자가 마지막에 반대 입장에 서게 한 거죠.”

 사실 ‘비밀계정’은 비밀이 아니다. e-메일로 쉽게 찾을 수 있다. 친구의 비밀 계정을 훔쳐본 다쿠토 입장에서는 자신의 비밀계정이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을 터. 그럼에도 비밀계정을 유지한다.

 “표현욕 때문이죠. 트위터는 그 욕구를 채워주는 거고. 사람들은 친구와 밥을 먹은 사진이건, 시 같은 문장이건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어 참을 수 없는 듯해요.”

 SNS공간에서 사람들은 가면을 쓰고 역할놀이를 한다. ‘진짜 나’는 비밀계정이라는 방패 뒤에 숨는다. 그래서 작가는 관찰자를 포기하라고 권한다. “특별한 답 없이 남의 글을 읽고 품평만 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의외로 많지 않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소설에 이런 대목이 있다. ‘정말로 중요한 이야기는 트위터에도, 페이스북에도, 메일에도, 그 어디에도 쓰지 않는다. 정말로 호소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런 데에 쓰고 답장을 받는다고 만족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작가는 소설 속 인물의 입을 빌려 말한다. ‘(트위터 속) 짧은 말 너머에 있는 인간 그 자체를 상상하라’고.

 “요즘은 사소한 말이나 행동이 부각되고 전후 문맥 없이 그것만 확대되는 현상이 아주 자주 발생하죠. 온라인의 짧은 말이 아닌 그 밖에 있는 한 사람의 이면이나 다른 모습을 떠올렸으면 좋겠어요.”

 아사이 료는 일본 문단의 주목을 한몸에 받으면서도 전업작가를 포기했다. 대신 일반 직장인을 선택했다. “소설은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태어나는 것이라 사람과 관계를 맺는 곳에서 생활해 봐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다.

그런 그는 매일 아침 2시간씩 글을 쓰고 출근해 영업부 사원으로 일한다. 굳이 명명하자면 현장형 작가(?)다. 그의 차기작은 뮤지컬 배우를 쫓아다니는 여성팬을 다룬 군상극(群像劇), 혹은 현실세계와 동떨어진 호러극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현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