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나와도 차질없다는 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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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남미의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공식방문한 산체스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28일 도착 후 박대통령과 나란히 서울에 들어오면서 20여년 전 대위 때 유엔 한위의 일원으로 근무하던 당시를 회상, 감개무량해 했다.
산체스 대통령은 『6·25 소식은 반도 호텔에서의 파티에서 들었으며 그후 평양도 다녀왔다』면서 『6·25때 파괴된 다리가 어디냐』, 『그때 서울 인구가 2백만이었는데 지금은 얼마나 되느냐』, 『남산에 자주 올랐는데 저 산이 남산이냐』는 등 자상하게 물어보더라고-.
이날 밤 중앙청 홀에서 열린 박대통령 주최 만찬회에는 한국 고유의 궁중요리가 나왔는데 육영수 여사는 노란 치마 저고리, 산체스 대통령 부인은 분홍 드레스를 입고 나왔으며 박 대통령의 큰딸 근혜양과 산체스 대통령의 두 딸도 참석, 가족적인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다.
대통령 후보 지명대회에 앞서 신민당 내 각 파는 28일 밤과 29일 이른 새벽 표 점검과 투표전략을 세우느라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진산계인 고흥문 사무총장, 정해영 원내총무는 뉴·서울·호텔에 원내 소속의 의원들을 불러 당의 결속을 위해 행동을 통일, 당수가 지명한 김영삼 의원을 지지해 줄 것을 호소했으며, 이철승씨는 민권 투위 사무실에 자파 대의원들과 참모들을 모아놓고 대책을 협의했다.
전날 밤 자파 전략회의를 마친 이재형 고문은 『유 당수의 결단에 사전 참여한 책임을 느낀다』면서 『두 사람 모두에게 영광된 길이 있으면 찾아내면 좋겠다』고 당 간부들을 접촉-.
이에 앞서 28일 밤 김영삼씨는 『김대중씨 격려의 밤』이 베풀어지는 뉴 코리아·호텔에 찾아가 김대중씨의 어깨를 껴안고 손을 흔들면서 『김대중 동지 없는 김영삼이도 없고, 김영삼 없는 김대중씨도 없다』면서 『내일의 위대한 역사를 창조하기 위해 함께 힘쓰자』고 다짐, 환호를 받았다.
신민당 대통령후보로 40대의 지명이 확실해지자 공화당의 반응은 착잡한 듯 선뜻 환영의 논평이 나타나지 않았다.
김진만 원내총무는 김영삼씨가 후보로 된다면 내년 선거보다는 75년 선거를 내다보기 때문에 와일드한 게임을 할 것이 틀림없다면서 『유 당수는 당 수직까지 40대에게 내놓아야 할게 아니냐?』고-.
김창근 대변인도 『신민당 전당대회를 보고 있으려니 탐정극과 희극이 범벅이 되어 흥미 만점』이라면서 『공화당으로서는 40대가 나오든 60대가 나오든 내년 선거에 아무런 차질을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국회 공화당 총무실에는 김 총무를 비롯한 서상린, 이만섭 부총무 등이 모여 수시로 들려오는 신민당 전당대회 상황을 보고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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