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 예방한 자퇴 티토 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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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1일 티토 유고 대통령은 자그레브 시에서 행한 연설에서 『국가의 단결을 위해』 집단지도체제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하여 자신이 정치일선에서 물러날 시기가 가까워졌음을 시사했다.
티토가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데에는 여러 가지 국내외적인 여건을 고려한 것이 작용했겠으나 가장 두드러진 요소로는 국내 각 민족사이의 이해대립 때문에 티토 자신의 하야 후에 후계자를 둘러싼 권력 투쟁으로 유고가 혼란에 빠질 것을 미리 막아보자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또 한가지로는 티토가 유고를 통치해온 이래 단계적으로 추구해온 그 자신의 독특한 정치이념의 실현을 위한 노력을 끝맺음하기 위한 일연의 조처가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게 하고 있다. 티토는 58년 경제생산활동분야의 자전확대를 깃점으로 66년에는 행정부와 공산당을 분리, 국가를 당관료의 지배체제에서 해방하는 등 공산체제로서는 특이한 정책을 추구해 왔던 것이다.
티토가 이와 같은 자신의 일련의 정치이념구현의 수단으로 집단지도체제도를 채택한 것은 다수의 지도에 의한 민주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집단이란 유고 연방을 구성하는 6개 공화국이 골고루 안배된 집단을 뜻한다.
티토 대통령은 21일의 연설에서 이번 『유고의 확고한 단결』에서 『유고연방 6개 공화국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정책을 결정한다』, 『현정부는 각 공화국간의 이해대립으로 효과적인 정책수행이 어렵다』는 것을 시사했다. 이러한 그의 연설로 미루어 6개 공화국을 이루고 있는 각 민족간의 대립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각 공화국의 민족주의자들은 특히 세르비아인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연방정부와 군부의 지도층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군부의 고급지휘관은 거의가 세르비아인으로 채워져 있어 심각한 분열위기에 놓여있다.
더욱이 68년 소련의 체코 침공 때의 국민총동원령에 따라 조직된 6개 공화국의 자체방위군은 현재까지 존속하고 있으며 슬로베니아 출신의 유고 군원로 자카·아브시치(74)는 티토의 후계자를 둘러싼 권력투쟁에 열세를 보이지 않기 위해서도 이 『방위군』을 확보해야 한다는 뜻을 공공연히 비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티토의 정책에 반대하는 스탈린 주의자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다. 이들은 1967년부터 크로아텐, 마케도니아, 몬테네그로의 연방 분리자들과 티토 체제를 붕괴시키자는 일치된 목적을 위해 오월동주격으로 서로 협력하여 소화기·기관총 등을 비축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지난 7월 유고 수상 류비치치가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이에 대해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1월 중순 연방정부부수상인 크로아티아 출신 밀로스·장코가 크로아티아의 민족주의 대주를 비난했다가 크로아티아 당으로부터 베오그라드의 연방당 상임위원회 크로아티아 대표직을 박탈당한 것도 민족대립의 일면을 암시하는 것이다.
티토는 이처럼 민족간의 대립이 격화하자 지난 8월초 6개 공화국을 차례로 돌아보고 몬테네그로 공화국에 도착하여 연방정부가 『이 문제에 너무 소홀히 했다』고 실토했다.
따라서 티토는 이 기회에 자기의 정치이념을 실현하는 방편으로 삼는 한편 각 민족에 연방 정부에 참여할 기회를 안배, 후계자 문제로 일어날지도 모를 연방의 분열을 미리 막으려는 생각으로 풀이된다. <김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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