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골·흐루시초프가 합창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드골과 흐루시초프가 단 둘이서 배를 타고 있다가 하도 답답해서 목청을 돋워 합창을 불러댔다면 확실히 희극적(?)이다. 그 희극적인 일화가 사실이었음을 폭로한 책이 출판돼 화제.
프랑스의 르·몽드 지 정치부 편집자인 피에르·비앙송·퐁트 기자가 최근에 내놓은 『드골의 프랑스』란 책엔 별 희한한 에피소드가 다 있다.
1960년4월 흐루시초프가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두 사람은 배를 타고 드골 대통령의 전용수렵지에서 선유를 즐겼다. 배 안에 앉은 두 영수는 말이 안 통해 손짓 발짓 시늉을 해가며 벙어리 놀음을 하다간 그것도 싱거워 꾸벅꾸벅 졸게 생겼다. 무료와 어색함을 깨뜨릴 셈으로 흐루시초프가 『볼가 강의 뱃노래』란 러시아 민요를 흥얼거리자 드골 대통령도 따라서 부르기 시작, 둘은 어는 듯 소리를 높여 합창을 했다는 것이다.
강가에 닿아 배에서 내릴 때 드골 대통령은 발을 헛디뎌 하마터면 물귀신이 될 뻔했으나 얼른 흐루시초프의 목을 끌어안아 위기를 모면했다고도 한다.
그러나 드골 대통령은 『스탈린은 도스토예프스키 같고 흐루시초프는 꼭 고골리(소련작가)같다. 마르크스니 레닌이니 하는 냄새보다는 역시 러시아 사람이더라』고 평했다하며 자기의 데카르트적인 명석한 논리와 세련된 대화를 알아듣지 못하는 둔재더라고 일침을 놓았다고 했다.
흐루시초프가 『미국이 핵공격을 해온다면 소련은 미영불 등 세계를 쑥밭으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공갈하길래 『결국은 중공만이 살아남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더니 그도 고개를 끄덕이더라고…. 드골 대통령은 또 케네디를 처음엔 탐탁하게 보지 않았으나 점점 좋아지게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당시의 말로 프랑스 문화상이 듣는 자리에서 드골은 『재클린은 뱃놈의 요트에서 끝장이 날 것』이라고 예언(?)했다고도 한다. <유근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