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 폭우 가을을 기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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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6일 밤부터 쏟아진 폭우로 17일 하오 3시 현재 서울을 비롯한 전국이 물바다를 이루었다. 추석이 지난 이날 느닷없이 쏟아진 가을비로 전국에서 14명이 죽고 1명이 실종, 21명이 부상, 6천여명의 이재민을 냈으며 서울에서만도 7백여동의 가옥이 침수되는 등 큰 피해를 냈다. 이 폭우로 서울 성동∼성북역간의 노선이 침수, 경춘선이 불통됐으며 이날 상오 9시 이후 KAL국내선이 모두 결항됐다. 이날 화천·춘천·의암·청평댐의 수문 66개 중 58개가 열려 한강하류가 점차 범람할 위험에 빠졌는가하면 서울의 경우 중랑천·정릉천 등에서 5개 지역이 범람, 많은 판잣집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으며 일부 국민학교는 등교길이 막혀 어린이들이 학교에 들어가지 못했다.

<두 어린이 압사>
17일 상오 7시쯤 서울 서대문구 수색동산30 이동호씨(50) 집 뒤 경사45도 가량의 산이 7m쯤 무너져 내리면서 이씨집 안방과 부엌을 덮쳐 안방에서 잠을 깨어 놀던 이씨의 장녀 한숙양(12·수색국민교5학년)과 3남 영환군(6)이 흙더미에 깔려 숨졌다.

<홍제동서도 2명>
17일 상오 6시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156의7 대성고등공민학교 뒤 높이6m의 언덕이 빗물에 씻겨 무너지면서 학교구내매점(3명)을 덮쳐 매점에서 잠자던 유원식씨(33)의 장남 효상군(4)과 장녀 은희양(2)이 흙더미에 묻혀 숨지고 유씨의 어머니 허필기씨(62)가 부상했다.
마을 사람들은 학교 언덕 위에 신축중인 콩나물공장(건축주 김재준·40)공사장에 쌓인 건축자재 때문에 빗물이 빠지지 못하고 학교 언덕쪽으로 밀려 사태현상을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잠자던 여중생도>
17일 상오 6시15분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산3 최양활씨(52) 집 뒤 언덕(높이5m)이 폭우로 무너지면서 최씨집 뒷방을 덮쳐 방에서 잠자던 최씨의 2녀 영희양(16·연희여중3년)이 죽고 장남 용주군(19·선린상고3년)이 중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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