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바뀌는 옛 방림방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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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적 방직 업체인 ㈜방림(옛 방림방적)이 창업 40년 만에 주인이 바뀐다.

창업을 도왔던 전문경영인 서재희(67)씨가 창업 2세의 지분 35.92%를 사들여 25일 열리는 임시주총에서 회사의 새 진용을 짤 예정이다.

이번 인사에서 이승일 전 방림 부사장이 부회장에 오르고 손상락 전 방림방적 상무가 새 사장으로 내정되는 등 옛 경영진이 대거 복귀한다. 또 이용혁 ㈜갑을의 전 영업본부장을 영업총괄 전무로 영입한다.

새 주인이 된 서재희씨는 명예회장을 맡아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선다. 서 명예회장은 1996년 창업 2세가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부회장을 끝으로 이번에 복귀하는 주요 경영진과 함께 방림을 떠났었다.

창업 2세인 서상근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대표이사직을 내놓으면서 지분을 팔아 회사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는 의사를 내비쳤었다. 그는 최근 서 명예회장에게 지분을 넘기면서 "회사를 잘아는 서 명예회장이 선친의 창업 유지를 이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사장 내정자는 "섬유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대부분의 방적업체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지만 방림은 방직가공 기술이 뛰어난 만큼 경영 체제를 다듬으면 재도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방림은 97년 외환위기 이후 6년 동안 경상적자에 시달렸고 모자라는 자금은 서울 영등포공장의 부지를 팔아 충당하는 등 경영의 어려움을 겪었다.

◇방림 어떤 회사인가= 일본동포 실업가인 창업주 서갑호씨가 박정희 정부의 권유로 일본 내의 재산을 들여와 설립한 업체다. 서창업주는 당시 일본에서 갑부로 꼽힐 정도로 자산이 많았고 도쿄의 한국대사관 부지도 그가 기증한 것이다. 그는 당시 일본 업체들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최신 방적 설비를 들여와 국내 처음으로 면과 화학섬유를 섞은 혼방직물을 생산했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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