섶을 지고 불속으로 덤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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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세계바둑오픈 결승전 제1국
[제4보 (49~69)]
白·한국 曺薰鉉 9단 | 黑·중국 王 磊 8단

백△의 절단에 흑은 49, 51로 물러설 수밖에 없다. 그러나 52는 습관적으로 손이 나간 케이스. '참고도' 백1(또는 A) 자리가 대세의 요충이었다.

이 수로 우하 백집은 우상 흑집보다 크게 완성된다. 덤 없이도 할 만한 국면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52로 인해 선수는 흑에 돌아갔고 왕레이8단은 적시에 53,55를 활용하며 단숨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57은 B에 두어 수습할 수도 있다. 王8단이 57에 두자 이세돌3단은 "차단하면 59에 붙이려는 것 같다"고 했는데 그의 예측이 과연 적중했다.

이런 형태에서 59로 붙이는 것은 62,64로 돌파당해 나쁘다는 것이 상식이다. 한마디로 다급할 때나 쓰는 비상수단이다. 왕레이가 그런 수단을 채택했다는 것은 이 무렵 형세를 낙관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

그러나 이 부근은 백이 B로 두면 위쪽이 잘려나가게 된다. 그 다음 C로 두면 대마 전체도 미생이다.

유창혁9단은 이 57,59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백68에 대해서는 깜짝 놀란 듯 입을 닫아버렸다. 劉9단은 D 정도 두고 싶다고 했다.

曺9단은 그러나 68까지 달려갔다. 이것이 曺9단의 스타일이다. 69의 반격은 필연이며 그것으로 고통이 따르겠지만 이처럼 섶을 지고 불속으로 덤벼드는 것이 조훈현의 바둑인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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