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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양흥모<본사 논설위원>|방위문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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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남아 각국의 방위의식은 어떤 것인가. 그들은 가상적에 대해 어떤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일까. 집단안보에 대한 필요성을 어느 정도로 인정하고 있는가.
「닉슨·독트린」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 그들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동남아 각국을 순방하고 있을 때 이들 문제 또한 각별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었다.
결론부터 말해서 동남아제국은 이들 어느 문제에 대해서든 대체로 담담한 표정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별반 심각하게 생각하는 모습을 두드러지게 느낄 수는 없었다.
비율 빈을 방문하고 있을 때 미 국방성(7월24일)은 7l년 7윌1일까지 주비 미군 약 2만4천명 중 6천명을 철수할 것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로물로」외상(7월27일 예방)은『이미 통보된 것으로 미비조약의 공약이행에 있어 미국의 능력에 영향은 없을 것』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다만 감 군에 따른 비인 피고용자들의 실직문제(약 6천명), 또는 경제적인 영향(주비 미군이 떨어뜨리는 외화는 무려 약 1억3천만 불이라고 함)을 걱정하고 있을 정도이다.
또한 비율 빈의 당면한 치안문제는 정부전복을 기도하는 후크 단에 대한 대책이다. 후크 단의 준동 지역은 중부 루존 지역의 팝팡가 및 탈콱현이다. 7월26일 탈곽 지방에서는 후크 단원 2명이 사살되고 2명이 생포됐음이 신문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그러나 후크 단의 정규무장병력은 1백70명, 동조자는 2천명으로 그에 대한 소탕과 회유정책을 쓰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로물로」외상은『후크단과 중공과의 연관된 혐의는 있으나 입증되지 않았다』고 담담하게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별반 크게 문제삼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은 받지 않았다.
방콕을 방문하고 있을 때 보다 구체적으로 태국의 정치 및 군사정세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수입관세 및 소비세인상 법안을 둘러싼 정부대 국회의 대립은 최대의 정치위기를 빚어냈으나 7월9일 l02대 101이라는 단 한 표의 다수는 간신히 그 위기를 수습한 듯했다. 착잡한 정정도 정정 이려니와 인국 캄보디아에 대한 지원문제와 태국내의 공산 게릴라 문제, 또한 우리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었다.
여기에 대해「코만」외상(8월10일 예방)은『캄보디아에 대한 지원은 훈련(약 2천명을 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음)과 물자지원에 한정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태국내의 공산 게릴라 활동(약 2천명으로 추정하고 있음)은『격월간으로 준동하고 있는데 증가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여 게릴라 활동에 관한 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여행 중 우리 일행은「카를로스·P·로물로」비 외상과「타나트·코만」태 외상을 예방한 이외에「아담·말리크」인니 외상을 예방할 기회를 가졌다. 그들이 아시아 집단안보 문제를 비롯해서 중공문제에 걸쳐 개진한 것 가운데 공통적인 것을 몇 가지 추려보면 적이 예상과는 다른 점도 있었다.
첫째로 아시아 지역국가의 협력문제에 있어서 그것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는 있지만 군 사면에서의 집단안보는 그 가능성을 결코 낙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로 중공에 대해서는 중공이 적대적이며 침략적인 정책을 쓰고 있으나 각국은 중공의 직접 침략보다도 간접침략을 상정하고 있다. 아시아 집단안보의 현실성을 그렇게 인정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아시아 관계국이 가지는 군사력이 미미하기 때문임을 우선 지적하고 있었다. 지역협력은 주로 경제·문화면에 걸쳐 이루어짐이 유효함을 강조하고, 각국의 방위는 주로 해당 국의 번영과 안정이라는 국내문제로 생각하고 전략구상은 전면전 아닌 간접침략에 치중해서 대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러한 것에서 새삼 느낀 것은 미국 없는 지역적인 아시아 집단안보라든가 미국 없는 아시아 전면전략이라는 것이 절대로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새삼 절감할 수 있었다. 어쨌든 아시아 방위에 있어서는 미국이 계속 중심이 돼야한다는 인상을 굳게 받을 수 있었다.
오늘날 미국은 아시아에서의 존재를 축소하고「닉슨·독트린」을 현실화하는 가운데 아시아 지역국가가 안보 면에서 서로 협력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또 일본의 기여를 크게 기대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동남아 각국은 만약에 집단안보가 구성된다해도 각국의 미약한 군사력 때문에 그 실효를 의문시하고 있으며 일본의 군사적 기여에 대해서는 반발하는 눈치가 보였다.
사실상 한마디로 아시아라고 하더라도 아시아 각 국은 도서 또는 대륙에 접속하여 널리 분포되고 있다. 이런 나라들이 유사시 병력을 서로 지원하고 싶어도 그것을 수송할 만한 수송선 또는 함정이라든가, 공수능력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아시아 방위에 있어서의 우산대는 어디까지나 미국이어야 할 것이며 아시아 각국은 우산살의 역할을 하는 형식의 집단안보만이 가능하다고 하겠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의 지원은 아시아의 방위에 있어서 계속 불가피적으로 요구되고 있음을 다시금 인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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