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7개국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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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소련을 비롯한「바르샤바」조약기구 7개국 수뇌 회담이 20일「모스크바」에서 개막되었다. 소련의「타스」통신은『사전에 합의된 계획에 따라서「바르샤바」조약기구에 가입한 7개국 공산당의 수뇌들이「모스크바」에 회합하였다』고 보도하였지만, 금차 동구 7개국 정상회담은 사전 선전 없이 갑자기 열렸다는데 약간 기이한 느낌을 준다.
외신은 이 동구 7개국 회담이 ⓛ서독-소련 불가침 조약 ②「유럽」안보합의 개최 ③동서간 경제협조 강화 ④「유럽」긴장 완화문제 등을 토의하게 되리라고 전하고 있다. 이 회담은 얼마 전 서독-소련 불가침 협정의 성립으로,「유럽」정세가 크게 달라질 징조를 보이고있는 시기에 열리는 동구 공산제국의 정상회담이니 만큼 여기서 무엇이 어떻게 다루어질 것이며, 또 어떤 결론에 도달할 것인가는 국제정치상 큰 주목거리가 되는 것이다.
현상동결의 기초 위에서의「유럽」의 평화와 안정의 유지, 2차대전의 결과로 생겨난 국경선의 승인, 무력행사의 상호포기 등 3개 사항을 골자로 하는 서독·소련간 불가침 조약의 성립은 2차대전후 25년만에 동-서구 관계를 개선하는데 가장 획기적인 사건인 것이고, 어떤 의미에서는「유럽」의 새로운 역사형성의 기점을 이루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소련이 서독을 상대로 이 조약을 맺는데 있어서 동구 공산제국의 양해를 얻었으리라는 것은 조금도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서독-소련의 평화공존이 이미 기성사실이 되어버린 이상, 동구 제국으로부터 이 사실에 대한 추인을 받는 한편, 동-서구관계는 이 기조 위에서 근본적으로 재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이번 동구 7개국 정상회담을 동-서구 관계를 개선키 위한「바르샤바」조약기구 국가들간의 의견통합을 이루어 놓는 것이 주목적이 될 것이다.
소련은 1년 전부터 동-서구관계를 개선키 위해『일반적인「유럽」안보회담』를 열자는 의견을 피력해 왔었다. 소련의 이와 같은 주장은 다분히 선전적인 효과를 노린 것이었지만 금년 봄부터 서독-소련 접근의 움직임이 뚜렷이 나타나게 됨에 따라 서구 측「나토」각료 회의도『일반적인「유럽」이 안보체제』수립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개별적으로 소련의 진의를 탐색해 보도록 노력하자는 결론에 도달한 바 있었다.
이제 서독과 불가침 조약을 맺고 난 소련은 일반적인「유럽」안보 체제 수립이나 동-서구간 긴장 완화, 경협 확대를 위해서도「이니셔티브」를 취하고자 동구 7개국 정상회담을 열게 된 것으로 보여진다.
동-서구 관계개선은 여러 가지로 까다로운 문제를 내포하고 있고, 동구 측 입장에서도, 또 서구 측의 입장에서도 각각 자체진영 내부에 있어서 의견통합을 거쳐야 한다. 이 까닭으로 동구 측이 정상회담을 열어 공동대책을 협의하게 되었다 하나 그것이 바로 동-서구간의 긴장 완화나 협력증대, 혹은 일반적인 안보체제에의 접근을 가져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 치더라도「바르샤바」조약기구나, 서구 측의「나토」가 무력대결의 수단이 아니라,「동서간 교량」의 역할을 지니게 되었다는데 이른바「협상시대」의 특징이 있는 것이리라.
소련과 서독과의 불가침 조약 체결, 동-서구간 화해「무드」의 성숙 등은 소련으로 하여금 동서양면 작전에 부닥칠 우려 없이,「아시아」문제 해결에 힘을 기울일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줄 것이다. 소련의「아시아」대책에 있어서 으뜸가는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대 중공 문제이다.「유럽」문제에 대한 후고의 우려 없이 소련이 중공에 대해 거대한 압력을 가할 적에 중공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이며, 또 이로 말미암아「아시아」에 있어서 미-소-중공의 삼각관계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극동에 자리잡고 있는 한국은 이 방면에 있어서 생겨날 정세의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해 나갈 필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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