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은과 신탁은행 존중된 형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오는 11월말로 예정된 시은 신탁계정의 신탁은행 이관을 앞두고 『금전신탁금리 (보족 이익률)가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아 예금경쟁에 뒤지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금전신탁금리의 인하나 신탁겸업 재개를 요구해온 시은 측의 적극적인 공세가 금전신탁금리의 일부 인하 조정 등으로 일단락 됐다.
재무부가 6일 발표한 금전신탁과 정기예금의 공정경쟁을 위한 일련의 조치들은 ▲1년 반이상 2년 미만의 금전신탁금리 연 22.8%를 1년 이상 정기예금금리인 연 22·8%로 인하, 오는 17일부터 실시하고 ▲ 11월말까지 만기가 도래하지 않는 시은 수탁 잔액 (약 80억원 추정)은 12월과 내년 1월 두 달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관하며 ▲11월말까지 도래하는 단기신탁에 대한 지급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자금지원 조치를 강구한다는 것이다.
또한 금전신탁의 이자지급 (이익 보족) 방법도 종전의 6개월 간격에서 정기예금과 같게 월불로 하고 이밖에 금융저축을 늘리기 위해 매월 지급이자로 정기적금에 자동 가입할 수 있는 신종 적금제를 전 금융기관에서 실시키로 했다.
신탁금리의 일부 개정에 따라 오는 17일부터 기한 1년 이상 정기예금과 1년 6개월 이상 2년 미만의 금전신탁조건이 꼭 같게 되었고 따라서 금전신탁은 예치기간이 정기예금보다 6개월 정도 긴 만큼 오히려 약간 불리하게 됐다.
지금까지는 1년 반 짜리 금전신탁 금리가 월 2%, 정기예금은 월 1·9%였으며 금리지급이 금전신탁은 6개월 간격이었기 때문에 복리로 환산해야 금전신탁 연 25·34%, 정기예금 연 25·18%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결국 이번 조치에 따라 단기금전신탁이 약간 불리해진 대신 신탁은행이 취급할 수 없었던 신종 적금제가 추가됨으로써 시은과 신탁은행간의 형평을 이루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종 적금제는 정기예금이나 금전신탁자가 원하면 이자지급액을 자동적으로 적금에 붙인 일정기간에 적금금리의 혜택까지 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10만원 짜리 정기예금이나 금전신탁을 했을 경우, 이자가 월 l천 9백원씩, 1년이면 2만 2천 8백원이 되는데 이것을 1년 짜리 신종예금에 가입, 그 불입금으로 자동 불입하면 1년 후에는 2만 5천 1백 46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금전신탁 금리의 일부 인하조정은 단순한 금리체계상의 모순을 시정한 것이라기 보다는 긴축의 후유증을 마무리하는 부산물의 인상이 짙다.
이는 68년 12월에 신탁은행이 설립되면서 시은의 신규 수탁이 금지된 이후의 경과와 최근의 시은 측 주장으로 보아 충분히 증명될 수 있다.
즉 연초이래 계속된 긴축으로 예금 증가 추세가 크게 둔화한데다 시은은 신규신탁을 받지 못한 채 만기 해약되는 금전신탁의 상환으로 이중의 자금압박을 받아온 것이 그 근본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긴축이 완화되자마자 지준 부족을 일으킬 정도로 자금이 핍박했던 시은은 만기 해약되는 금전 신탁 분에 월 1∼2%씩의 「커미션」을 지불하면서까지 정기예금으로 흡수하는데 안간힘을 해왔고 막상 긴축이 풀리긴 했으나 대출할 재원이 말라버린 처지였다.
이때문에 긴축완화를 계기로 폭주한 업계의 융자신청이 거부됨으로써 그영향이 재계로까지 파급, 이에 대한 해결방안이 크게 「클로스업」되었던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6월말 현재 3백 14억원을 기록하고 있는 시은 신탁계정에서 은행계정이 빌어 쓰고 있는 돈이 약 2백억원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11월말까지 약 2백 30억원의 만기 해약 분을 상한해야 하고 나머지 80억원 정도를 12월과 내년 1월에 걸쳐 이관, 정리해야할 처지에 있는 것이다.
결국 작년 6월의 금리개정 이후 거의 1년이 지나도록 잠잠했던 금전신탁과의 경합문제가 새삼 논란되기 시작한 것은 이러한 문젯점들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재무부의 조치는 커다란 변화 없이 당초 예정대로 시은 신탁계정을 신탁은행에 이관, 신탁은행을 장기 신탁 전담은행으로 육성하고 다만 단기 금전신탁은 정기 예금화 하려는 의도에 바탕을 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이종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