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5)「아랍」권과의 외교접근|유정렬 <외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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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사리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판단한 나머지 의견을 표명하고 행동을 취해야함은 우리 인간생활에 있어서 믿어야 할 신조이겠고 공정에 입각한 질서유지에 절대 필요한 것이다. 국가 간의 모든 일에 있어서도 더욱 이런 면에서 신중을 기해야하며 우리 민족국가의 이익을 도모함에 있어서 큰 의의를 갖게 한다.
한 국가의 놀라운 발전을 칭찬하고 발전을 가져오게 한 기술적인 면을 배우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그 나라에 대한 모든 행동을 윤리적으로 판단하는 것, 즉 옳고 옳지 않다는 것을 가려내는 오로지의 기준이 되어서는 아니 되겠다. 또 어떤 전쟁에서 고배를 마신 국가들이라 해서 우리나라와의 관계에 있어서 중요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다.
전운이 폭우로 화한 1967년 6월 이후의 중동 사태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퍽 미온적이었으며 대 중립국 적극외교를 앞세운 외교정책에도 부합되지 않는 태도와 자세였다고 본다. 미국 측 평화안을 중동전쟁의 중요한 당사국들이 수락함으로써 「아랍」국가들 대「이스라엘」의 열전이 다시 냉각·냉전화 하려는 고비인 지난 3일에야 우리정부의 대 중동 기본입장이 천명된 것은 뒤늦은 아쉬운 감도 있으나 신중을 기한 앞을 위한 포석으로 큰 의의를 갖는 것이다.
조국의 발전과 통일을 위해서 정책적으로 적을 만들어서는 아니 되겠다. 현재의 우리 입장에서 볼 때 「아랍」제국과의 정치 외교적인 관계개선이 꼭 「이스라엘」과의 적대관계를 뜻하게 된다고 볼 수 없으며 대미관계에 있어서 어떤 압력을 받지 않나 하고 지나친 염려를 할 필요도 없다.
우리의 「아랍」국가들과의 관계개선은 미국에 대한 간접적인 이익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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