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의 숙제, 힘있는 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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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1년 내내 애썼다. 많이 성장한 줄 알았다. 하지만 냉정하게 살펴보니 다시 제자리다. 이 벽을 뛰어넘어야 세계 정상에 다가선다.

 손연재(19·연세대·사진)는 지난달 31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세계선수권을 끝으로 2013 시즌 국제대회를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 손연재의 성적은 개인종합 5위(70.332점).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 거둔 성적에서 제자리걸음을 했다. 손연재는 “몸상태가 안 좋았지만 후회는 없다”고 했다. 감기 때문에 링거를 맞는 등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세계선수권만 놓고 보면 한국의 역대 최고 성적이다. 지금까지 최고 성적은 2011년 파리 몽펠리에 대회 때 손연재가 거둔 11위였다. 성과가 있었다고 위안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짚어 보면 아쉬운 게 더 많았다.

 시니어 4년차인 손연재는 이번 시즌 월드컵, 아시아선수권, 카잔 하계 유니버시아드, 세계선수권 등 8개 국제대회에 출전해 총 13개의 메달을 땄다. 손연재는 지난 4월 시즌 첫 월드컵에서 볼 동메달을 딴 것을 시작으로 매 월드컵 메달 행진을 이어 갔다. 5월 민스크 월드컵에서는 처음으로 종목별 멀티 메달(후프·곤봉 은)을 목에 걸었다. 6월 타슈켄트 아시아선수권에서는 사상 최초로 개인종합 우승을 이뤘다.

 그러나 최정상 선수들이 출전해 혼신의 연기를 펼치는 세계선수권의 벽은 높았다. 개인종합은 물론 종목별 결선에서도 메달이 없었다. 개인종합에서는 큰 실수 없이 무난한 연기로 5위(70.332점)를 기록했으나 메달권과 격차가 컸다. 1, 2위를 차지한 야나 쿠드랍체바(16·러시아), 안나 리자트디노바(20·우크라이나)는 73점대, 3위 멜리티나 스타니우타(20·벨라루스)는 72점대를 받았다. 손연재는 “밑에서 시작했기에 지금까지는 올라가는 게 수월했다. 이제는 0.001점을 올리는 게 쉽지 않다. 2~3배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퀸 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덩썬웨(21·중국)가 세계선수권 4위(70.374점)로 손연재를 추월했다. 차상은 국제심판은 “ 덩썬웨는 기복이 심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실수가 없었다. 손연재의 아시아 라이벌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차 심판은 손연재에게 새로운 도전을 주문했다. 가냘프고 고운 이미지와 정적이고 느린 프로그램에 안주하지 말라는 것이다. 차 심판은 “톱 클래스 선수처럼 활기차고 빠른 연기를 하면 초반에 실수가 나오겠지만 내년 9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멋지게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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