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들의 변모 보인 한국 현대 유화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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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세계 화랑은 남관 권옥연 김영주 유영국 전성우 정창섭 최영림씨 등 7명의 서양화가 작품을 초대, 한국 현대 유화전을 열고 있다. 신세계는 독자적인 선정 소위를 갖고 거기서 지명된 작가만 초대한 것인데 그중 변종하씨는 불참한 것으로 알려진다. 초대 기준은 아마 추상 계열의 대표적 중견에 둔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또 대작 이외에 그들의 소품 3점씩을 화랑 제2실에 전시, 판매를 꾀하고 있는데 이것은 종래 대여 화랑만으로서의 기능을 지양하여 새로운 소임을 찾아내려는 정책적인 시도로 보인다.
이 전시회는 전체적으로 개개작가의 최근의 변모를 보여 주고 있어 주목된다. 남관씨는 시장의 달걀 넣는 케이스를 가져다가 캔버스를 대용하고 칠을 올렸다. 기성품을 변질시켜 입체적으로 조형화 한 이 작업은 그가 아직 국내에서 발표한 일이 없는 새 영토의 개척을 의미한다.
권옥연씨의 작품은 퍽 밝고 선명해졌다. 토기와 같은 어둡고 낡은 색조에서 녹·청계의 원색으로 바뀜에 따라 그의 개성적인 분위기는 다소 가신 듯 하다. 그러나 전통적인 것 속에서 형상을 찾아내 의식의 밑바닥에 깔린 소박한 심성을 부각하려는 노력에는 변함이 없고 오히려 강렬해진 것 같다.
역광으로 오로라 현상을 보여주는 전성우씨나 고시적인 원과 자유로운 낙조를 한데 버무린 김영주씨의 작품은 한결같이 최근에 시도하는 일련의 과정이겠는데 아직 여물지 못하였음인지 감정의 전달이 미미한 형편이다.
비교적 개성이 뚜렷한 중견들인 만큼 갑자기 놀라운 변모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 그러나 다른 한편 어떤 문제 의식에 절박하게 접근 하기를 주저하므로 말미암아 스스로 자극을 둔하게 하고, 그래서 신선감을 약화하고 있다는 것이 전시장 전체의 느낌이다. <25일∼31일 신세계 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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