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역 열차 3중 추돌로 경부선 한때 마비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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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대구역에서 무궁화호 열차(오른쪽)에 들이받혀 탈선한 KTX열차의 옆면이 찢겨 있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31일 오전 7시14분 대구시 중구 태평로 1가 경부선 대구역에서 KTX열차 두 대와 무궁화호의 3중 연쇄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대구역을 정차하지 않고 통과하던 서울행 KTX 4012호가 역을 완전히 빠져나가기 전, 옆 선로에 대기하던 서울행 8263호 무궁화호 열차가 출발하는 바람에 일어났다. 무궁화호는 곧바로 합류 선로에서 KTX의 뒷부분을 들이받았다. 사고 후 KTX 4012호의 객차(2~9호) 8량과 무궁화호 기관차가 탈선해 차량이 기울어졌다. 이때 부산으로 향하던 KTX 101호가 급제동했으나 KTX 4012호 객차를 다시 들이받았다.

사고 당시 3개의 열차에는 모두 1300여 명의 승객이 있었지만 열차가 모두 저속 운행 중이어서 사망 또는 중상자는 없었다. 김모(54)씨가 가슴에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지는 등 4명의 부상자가 확인됐다.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코레일과 철도특별사법경찰대(철도공안)는 관제실·기관사·여객전무의 연락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을 가능성과 신호체계의 오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사고 당시 무궁화호 열차에 ‘정지’ 신호, KTX 열차에 ‘진행’ 신호가 표시돼 있었다. 무궁화호가 신호를 무시하고 출발한 이유가 사고 조사의 핵심이다. 이와 관련해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이날 사고 무궁화호 열차의 여객전무 두 명 중 한 명이 최근 7년간 여객전무 일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근 노조의 ‘승무원 법정휴일 지키기 운동’으로 인력이 부족하자 임시 안전교육을 받고 여객전무 업무에 투입됐다는 주장이다. 코레일 측은 “해당 여객전무는 자격증이 있고 과거 10년 이상 여객전무 일을 한 경험이 있다”고 반박했다.

사고 직후 경부선 상하행선 일부 구간의 운행이 전면 중단돼 많은 시민이 불편을 겪었다. 코레일은 사고열차 승객들이 대구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동대구역으로 간 뒤 전세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지만 안내가 부족해 승객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코레일은 이날 오후 1시10분 사고 구간 하행선을 우선 복구해 상하행 열차의 교차 통행을 재개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상하행선 완전 복구는 1일 오전 중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온라인 중앙일보·중앙선데이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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