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의 경기동부연합, NL계가 중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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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국정원의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집행 대상자들은 이른바 ‘경기동부연합’ 소속으로 알려졌다. 경기동부연합은 통합진보당의 당권을 장악하고 후보를 옹립하는 등 당내 최대 파워 그룹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동부연합은 지난해 4월 19대 총선 과정에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내 비례대표 후보 경선에서 부정 선거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당시 이석기(비례대표 2번)·김재연(비례대표 3번) 후보는 부정 경선 의혹에도 사퇴를 하지 않고 버텼다.

 이들은 당권을 장악한 경기동부연합 세력을 등에 업고 총투표를 요구하며 시간을 끌었고, 결국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이후 통진당 분당 사태를 촉발한 폭력 사태를 일으킨 세력도 경기동부연합으로 알려졌다.

 경기동부연합의 뿌리는 1991년 결성된 NL(민족해방) 계열 전국 운동 조직인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전국연합)’이다. 당시 전국연합의 하부 조직 중 하나가 경기동부연합이었다. 주로 경기도 성남·용인을 근거지로 하는 학생·노동·청년 운동권 세력이었다.

 NL 계열은 2001년 민주노동당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정치 세력화에 나섰다. 그해 9월 채택한 이른바 ‘군자산의 약속’이 배경이 됐다. 당시 NL 계열은 충북 괴산군 군자산에 모여 ▶3년 내에 민족민주정당을 건설하고 ▶10년 내에 자주적 민주정부 및 연방통일조국을 건설한다 등의 강령을 결의했다.

 실제로 경기동부연합이 포함된 NL 계열은 ‘머릿수’로 지역 조직을 장악하는 식으로 민노당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빠른 장악력에는 경기동부와 한총련 산하 학생운동 조직인 경기동부총련과의 끈끈한 연대가 바탕이 됐다. 경기동부연합에 성남·용인에서 활동한 서울대와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출신 운동권 인사들이 다수 편입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석기·김재연 의원도 한국외대 출신이다. 경기동부연합이 중심이 된 NL 계열은 2004년 5월 당 대회에서 PD(민중민주) 계열을 누르고 당권을 잡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위장전입과 당비 대납, 불법 지구당 창당 등의 불법 행위가 벌어졌다. 이 때문에 NL 계열 내부에서 주도권 다툼이 벌어졌다. 그러나 2006년 1월 경기동부연합이 광주·전남 연합과 연대해 ‘범경기동부연합’을 조직하면서 당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경기동부연합은 다른 계파에 비해 유독 조직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결속을 위해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 조직주의가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고 한다. 비밀주의 탓에 조직 관계도 등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통합진보당은 공식적으로 “경기동부연합은 실체가 없는 조직”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해 총선 과정에서 이석기 의원은 경기동부연합의 핵심 인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1980~90년대 NL 계열과 함께 운동권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지난해 5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주사파의 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이석기가 국회의원을 하려는 건 합법적으로 정권을 잡을 수 있는 신호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강현·윤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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