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투자 약속은 했지만 마땅한 투자처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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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그룹이 올해 투자를 당초 계획보다 5조9000억원(4%) 더 늘리기로 했다. 총 154조7000억원이다. 고용 목표도 연초에 세운 계획보다 1만3000명(10.2%) 늘어난 14만700명으로 상향 조정했다.

 허창수(GS그룹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은 28일 대통령 간담회에서 “정부의 경제활성화 대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경련 관계자는 “국내외 경제여건에 불투명한 점이 있지만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전기자동차, 융·복합 정보기술(IT) 등 구체적인 미래 산업을 열거하기도 했다. 조양호 한진 회장은 항공기 60대(대당 250명 고용효과)의 도입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의 의지만큼 주변 여건이 따라 주지는 않고 있다. 상반기 실적이 이를 방증한다. 30대 그룹의 상반기 투자는 61조8000억원이었다. 연초 계획의 41.5%로, 집행 속도가 지난해 상반기(46%)보다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밝힌 목표를 채우려면 30대 그룹은 하반기에 상반기보다 31조1000억원이나 많은 92조9000억원을 투자해야 한다.

 상반기 고용은 7만8700명으로 목표 대비 61.7%의 진도를 보여 연초 계획의 절반 이상을 달성했다. 그러나 이는 대기업 공채가 상반기에 상대적으로 많이 몰려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착시도 있다. 30대 그룹 투자 계획의 20%에 달하는 약 30조원은 해외 투자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해외 직접투자가 1% 증가하면 국내 설비투자는 0.08% 감소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를 밝힐 순 없으나 올해 해외 투자 비중이 지난해보다 다소 커졌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보니 마땅한 투자처도 잘 보이지 않는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날 청와대 간담회에서 “지방 상의 회장을 만나 보니 투자 의지는 있는데 투자처가 없어 고민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도발 동남아 경제위기 가능성 등 국내외 여건이 의지만 가지고 투자를 밀어붙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무리한 투자가 오히려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대진 산업부 산업정책과장은 “기업의 투자 이행에 차질이 없도록 애로사항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해결할 것”이라며 “특히 노사·환경 관련 규제 입법이 과도한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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