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발소] 초인종 괴담, 노숙자 CCTV…'진짜'보다 끌리는 건 없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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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한국영화 사이에서 ‘숨바꼭질’의 돌풍이 눈에 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숨바꼭질’은 23~25일 108만 관객을 모아 흥행 1위에 올랐다. 누적관객 407만으로 ‘7번방의 선물’, ‘광해, 왕이 된 남자’보다 흥행속도가 빠르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32만명을 앉혀 4위에 올랐고, ‘더 테러 라이브’는 17만명으로 5위에 랭크됐다.

‘숨바꼭질’의 흥행이 눈길을 끄는 건 경쟁작들,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를 누르고 흥행 정상에 올랐다는 점이다. ‘설국열차’는 봉준호 감독의 이름만으로도 개봉 전부터 해외서도 주목 받았다. ‘더 테러 라이브’ 역시 하정우라는 주연 배우의 파워가 있었다.

관객들은 영화 내용이 실제로 일어난 ‘진짜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 주목했다. “정말 이 내용이 실화야?”라는 대화가 곳곳에서 들렸다. 꼭꼭 숨어야 하는 놀이인 ‘숨바꼭질’이라는 제목과 정반대로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이 영화의 실화에 대해 알아봤다.

[2009년 뉴욕 아파트 노숙자 영상 캡처]

◇ CCTV로 찍힌 美·日 노숙자 사건

2009년 미국 뉴욕에서는 충격적인 영상이 등장했다. 한 젊은 남성이 집에서 자주 음식이 사라진다는 것을 감지해 자신의 집 안에 CCTV를 설치해 촬영한 것. 영상을 확인한 남성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거실 환풍기에서 한 노숙자 여성이 기어나와 자기 집처럼 자연스럽게 집 안을 활보하고 다닌다는 것을 확인했다. 여성은 냉장고 문을 열어 자연스럽게 음식을 먹고, 남성이 거실로 나오는 소리가 들리자 쇼파 뒤에 숨어 주인공을 지켜보기도 했다. 이 영상은 당시 유튜브에 공개돼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놨다.

일본에서도 남의 집 벽장에 숨어살던 노숙자 여성이 체포돼 놀라움을 안긴 바 있다. 2008년 6월 이타쿠라 히로키 경찰은 카수야 남부 지역에서 한 남성의 벽장 윗칸에 숨어있던 노숙자 여성(58)을 무단침입 혐의로 입건했다. 이 남성도 음식이 사라진다는 사실에 보안카메라를 설치했고, 움직임이 감지돼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 이 노숙자 여성은 당시 좁은 벽장 안에 매트리스를 옮겨놓고 생활했다. 욕실에서 샤워까지 한 깨끗한 차림으로 검거됐다. 이 여성은 경찰에게 ”살 곳이 없어 1년 전 주택의 문이 열린 틈을 타서 들어왔다“고 진술했다.

◇ 혼자 사는 여성 노린다? ‘초인종 괴담’

영화에는 또 하나의 실화가 섞여있다. 2009년 국내에서 퍼진 ‘초인종 괴담’이다. 숨바꼭질, 알파벳 괴담이라고도 불렸다. 온라인상에서 퍼진 괴담이다. 당시 연말연시를 앞두고 12월부터 서울 관악구와 송파구 등 주택가 일대 대문 옆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α’, ‘β’, ‘x’ 등의 표식들이 잇달아 발견됐다. ‘α’는 여자, ‘β’는 남자를 표시하며 ‘x’는 “혼자 있는 걸 목격한 횟수이거나 집 안에 거주하는 사람의 수를 표시하고 있다는 해석이 인터넷을 통해 널리 퍼졌다.

초인종 괴담은 올 5월 수원시내에서도 발생했다. 27일 수원시 장안구 S아파트에서는 한 여성이 ”집 초인종 벽면에서 O, X 등 알 수 없는 표식이 쓰여 있다고 지구대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아파트의 다른 가구에서도 같은 표식이 발견됐다. 수원시 영통구 법원사거리 인근의 원룸촌에서도 각종 표식이 쓰여져 있었다. ‘초인종 괴담’이 현실로 나타나자 주민들은 “얼마전 퇴근길에 우연히 X자를 봤다. 찜찜함이 가시지 않는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2010년 중국, 2012년 벨기에에서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공포감을 확산시켰다. 이 정체불명의 표식은 일부 종교단체나 배달원의 흔적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당시 경찰은 알파벳에 대한 제보가 접수돼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내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정확하게 범죄와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선 확인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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