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순교자의 기로 두브체크 종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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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프라하26일AP동화】알렉산드르·두브체크의 공산주의자로서의 생애는 거의 종말에 다가섰으나 그의 마지막 운명이 일개 미천한 신분으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재판정에 서야하는 순교자로 부각될 것인지는 더 두고볼 일이다.
두브체크(48)는 터키주재 체코대사로 임명된지 5개월만인 24일 그 직에서 해임됐다.
공직에서 두브체크를 축출하기 위한 체코의 친소파정권의 다음 조치는 두브체크가 한때 제l서기로 있던 공산당에서 그를 정식 제명하는 일이다. 이 조치는 당중앙위원회에서 결의될 것이 예상된다.
두브체크의 대사직 해임과 23일의 올드리히·체르니크 전수상의 연방내각에서의 사임은 체코 공산주의에 『인간적 바람』을 불어넣으려던 1968년의 자유화운동의 기수인 두브체크 및 기타 개혁파들에 대해 보다 강력한 보복조치를 가할 것을 바라는 과격파들의 요구를 어느 정도 무마했는지도 모른다.
두브체크 후임으로 당 제1서기에 취임한 구스타프·후사크가 과격파에 대한 견제역할로 작용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또한 지금은 후사크를 비롯한 그의 지지자들은 이들 복수심에 찬 과격파들에 대항하는 온건파로 간주되고있다.
스탈린 시대에 정치범으로 감옥살이를 했던 후사크는 정치적 색채를 띤 재판을 하지않겠다고 약속한바 있으므로 두브체크를 재판에 회부할만한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책임있는 소식통들이 전했다.
체코 지도자들은 체코가 정치적 및 경제적 안정을 회복하려면 두브체크를 재판에 회부, 순교자로 만들기보다는 미천한 신분으로 파묻어 두는 것이 그들에겐 이로운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현재로선 두브체크가 20여년 전 정식 공상당원이 되기에 앞서 일했던 슬로바키아 공장의 한직으로 되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몇몇 소식통들은 만일 후사크정권이 언젠가는 밀려나 과격파가 집권하면 두브체크가 그러한 안온한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는지 아무런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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