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역풍 만난 브란트동구정책|사민·자민당 3개주 선거 실패안팎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6월14일 실시된 서독의 자르란트, 니더작센, 라이란트·베스트팔리아 3개주의 지방선거는 사민·자민 양당의 소련정과 브란트의 동구정책에 대한 일종의 신임투표였다고 할 수 있다. 선거결과 자민당은 니더작센 및 자르란트에서 5% 이상 특표에 실패, 의석을 몽땅 잃었고 야당인 기민당은 3개주에서 4.5%나 특표율이 상승했는데, 사민당은 강한 조직기반인 라인란트·베스트팔리아에서도 3%나 후퇴했다. 이로써 브란트·셀팀의 신동구정책은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남 셈이고, 연정의 존속문제 자체가 심각한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주의회 선거엔 서독 전유권자의 약 반수가 참가했고, 자민당 우파와 극우의 국가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모두 기민당으로 쏠렸다는 데에 여당계의 패인이 있다. 이것은 서독 정치상황의 양극화 추세를 말한다.
니더작센에서는 사민당이 단독으로 정권을 담당, 국가민주당은 조직기반인 이곳에서 3.3%나 득표율이 하락 단 한명의 당선자도 못 냈다. 브란트 수상은 이 결과가 그의 동구정책자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임이라고는 보지않는다고 말하고 계속 대소접근 동독과의 협상등 종전의 정책을 밀고 나갈 것임을 명백히 했다. 그리고 국내적으로는 인플레정책은 『유럽의 평화체제하에서의 독일문제의 해결』이라는 점에서 『독일문제 해결을 통한 유럽의 평화』를 고집한 과거의 기민당 정책과는 상반된 것이었다. 독일통일이란 분단의 기정 사실화로부터 시작해야한다는 태도가 그것이다. 냉전시대의 청산과 현실의 역관계를 냉철하게 시인한다는 현실주의적인 안목에서 브란트외교는 모스크바 바르샤바 및 동부 베를린과의 신중한 협상을 시도했다. 폴란드와의 오데르·나이세 국경을 인접하고, 모스크바와는 무력포기와 불가침조약을 추진하며 동독과는 『내독일관계』하에서의 공존과 교류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에르푸르트와 카셀회담이 가능했고 모스크바와는 공식회담 개최에 합의했으며 폴란드와는 일차적인 합의에 도달한바 있다.
브란트의 해빙외교에 대해서 가장 민감한 반응을 일으킨 것은 물론 악셀·슈프링거와 슈뢰더 전국방상등으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우익세력이다. 이들은 원내의 로비이스트를 동원해 브란트의 좌경을 매국행위라고까지 극언하고, 특히 브란트의 동독승인이 조만간 임박한 듯한 우려를 공공연히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선거를 앞두고 키징거 기민당수는 이번 선거가 69년의 총선거보다도 중요한 것이라도 강조함으로써 프랑스 5월사태후에 드골이 취했던 것과 비슷한 전술을 사용했다. 유권자들에게 양자택일-보수적 안정이냐 불안한 좌선회냐 하는 가설적 택일을 요구한 것이다. 이것은 중산층의 일반적인 보수성향에 좌익공포증이라는 탁월한 심리효과를 일으키기 쉽다.
그러나 업저버들은 이번 선거의 결과로 연정와해를 이야기하기엔 이르다고 본다. 문제는 자민당의 좌우파가 분열함으로써 서독 정계가 양당제내지 양극화되지 않을까 하는데 있다. 따라서 브란트외교라는 대외정책자체가 취소되거나 봉괴될 가능성을 없다. 기민당 역시 키징거수상때 이미 아데나워시대와 할슈타인 정책의 재고를 자인했으니까.
자민당 우파의 기수인 멘데 전당수는 선거후 셸외상등 좌파를 신랄히 공격하고 자민당이 하나의 당으로서 존속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와 현 연정에 계속 참여 할 것이냐 하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자민당이 퇴진한다면 총선거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 경우 설사 기민당이 집권하더라도 소련과의 화해를 주축으로 하는 동구와의 해빙무드를 깨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에 사민·기민을 초월한 현독일 문제의 특수성-유럽 전반의 평화질서 추구라는 대전제가 발견된다. 기민당도 독자적인 핵장비를 주장하거나 바르샤바동맹과의 긴장을 자담할 생각은 없기 때문이다. [독슈피겔지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