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분야 기업 간의 협업… 벤츠와 스와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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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호 22면

때론 서로 전혀 다른 분야의 기업이 뭉치기도 한다. 2인승 ‘꼬마 차’ 스마트(사진)가 좋은 사례다. 1980년대 말 시계회사 스와치의 모기업 SMH를 이끌던 니컬러스 하이에크는 위트 넘치고 저렴한 자동차를 만들 방법을 궁리했다. 그는 자신이 따로 운영하던 엔지니어링 회사에 미니카 개발을 지시한다. 그는 두 가지 원칙을 못박았다. 정원 2명에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얹을 것. 연비가 뛰어난 차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개발은 일정대로 착착 진행됐다. 그런데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기존 자동차 업체의 견제도 걱정됐다. 결국 그는 자동차 업체 가운데 파트너를 찾았다.

이종교배식 제휴 …

서로 주판알을 튕기며 재는 탐색전이 되풀이됐다. 91년 7월 스와치는 폴크스바겐과 손잡았다. 그런데 93년 폴크스바겐의 회장이 바뀐다. 당시 유력한 회장 후보였던 다니엘 괴드베르를 제치고 집권에 성공한 이는 포르셰 박사의 외손자 페르디난트 피에히였다. 엔지니어 출신답게 피에히는 “폴크스바겐이 독자적으로 고연비 소형차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차가 훗날 ‘3L의 연료로 100㎞ 달리는 차’로 명성을 떨친 루포였다. 피에히의 결정으로 스와치와의 공동 개발은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하이에크는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94년 스와치는 메르세데스-벤츠와 짝짓기에 성공했다. 두 회사는 ‘마이크로 콤팩트 카(MCC)’라는 합작사를 세웠다. MCC의 지분은 스와치의 모기업 SMH가 49%,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 다임러가 51%. 브랜드는 스와치의 ‘S’와 메르세데스의 ‘M’, 여기에 ‘아트(art)’를 붙인 ‘스마트’로 정했다. 합작 이후 벤츠는 “하이브리드 방식은 아직 시기상조”라며 휘발유 엔진을 고집했다. 98년 7월 드디어 스마트의 첫 차인 시티가 나왔다. 오랜 염원이 현실로 거듭나던 해 정작 스마트의 아버지 격인 하이에크는 손을 뗀다. 오랫동안 이 프로젝트에 매달리면서 진이 빠진 데다 벤츠와의 의견 충돌에 염증을 느낀 탓이었다. 결국 벤츠는 스마트의 나머지 지분을 인수했다. 현재 스마트는 포투 쿠페와 카브리올레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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