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에 있어서의 웃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국어국문학회는 13, 14일 양일간 경희대에서 제13회 전국 국어국문학연구발표대회를 가졌다. 이 가운데 특히 한국문학에 있어서의 웃음을 주제로 한 국문학 분야의 심포지엄은 국제펜대회의 주제문학과 해학과 관련된 정리작업이라는 의미에서도 주목되었다.

<국어국문학회 연구발표회서>
웃음의 일반론을 전개한 서라사교수(한양대)는 유머의 어원 호모스에서, 아리스토파네스의 희랍희극의 웃음을 기원으로 분석했다.
그는 긍정적 웃음과 부정적 웃음을 나누고, 부정적 웃음을 다시 자동사적 웃음과 타동사적 웃음으로 나눴다. 코믹을 상위개념으로 두고 새 타이어와 유머 사이에 아이러니를 두는 메러디드의 웃음분석을 빌기도 한다.
가장 기본적인 의미의 유머는 과연 우리 문학에 나타나 있는가?
서교수는 『자유가 있는 곳에 웃음이 있는 것이며, 전통적으로 자유를 누리지못한 우리 민족에게는 웃음이 없다』고 못박았다.
비록 고대조선에 있어서 소박한 웃음이 있었지만 불교의 침식으로 현실에 대한 비판적 웃음이 퍼졌으며, 유교의 침식으로 부정적 웃음만 남았다는 것이다.
한국문학에서의 풍자를 얘기한 이두현교수(서울대사대)는 특히 가면극과 판소리, 한문학에서 보이는 『자체계급내에 경화된 거짓된 진실을 객관화하여 비판·공격하는 웃음들』을 강조했다.
『우리사회의 몇개 터부를 지배층이 전유물로 악용하는데 대한 반동』으로 평가되는 민담·가면극·판소리의 반골정신을 그는 풍자의 표본으로 보았다.
조동일교수(계명대)도 한국문학에 있어서의 골계를 『굳어진 허망한 생각을 급격히 파괴해 버림으로써 삶을 긍정하는 때 성립하는 웃음』으로 정의하면서, 부드러운 익살 즉 호야의 웃음과 사나운 익살 즉 말뚝이의 웃음이라는 두 유형을 설정했다.
이같은 논의를 한국문학의 해학에서 종합한 김열규교수(서강대)는 『서구에서보다 동양의 해학이 훨씬 적다』고 설명한다.
그는 전통미학이 유머를 코믹의 종개념으로 본데 반대하는 현대문예학자들의 이론을 토대로 한국문학의 해학을 분석했다. 『지상적인 것을 가지고 천상적인 것을 지향하는 낭만적 유머를 고려가요와 향가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것을 가지고 자이드러의 사실주의적 유머로 치환해 『세계의 우둔성을 인식하고 거기서 해방되는 것, 나를 웃으며 세계를 웃고, 세계를 웃으면서 나를 웃는 예들』을 민요에서, 사설시조에서 찾아낸다.
결점속에서 장점을 발견하는 유머는 『흥보전』에서 집대성되는데, 표현이 상당히 저속하지만 구조면에서 유머를 풍기고 있으며 인간천성의 위대한 승리를 가져온다는 주제가 긍정적 웃음을 대표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현대작가들 가운데서 이광수의 『무명』을 분석 『이상주의의 몰락결과 인간의 참상보다는 석가적 동정으로 부도덕을 감싸고있다』고 설명하고, 이상의 작품에서도 유머를 찾아내고 있다.
이상의 『오감도』는 13인의 아이가 도로를 질주하는 상황으로 사람들의 주의를 모으고 『…도로를 질주하지 않아도 좋소』로 실소를 자아내고 있으며, 『날개』에서 나는 아스피린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 아달린을 먹고, 현실초탈의 계기·승화의 경지를 추구하고 있다. 김교수는 여기서 유머를 읽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